산업부 통합안 공식 밝혀…그동안 유관기관으로 에둘러 표현
자산·부채 모두 승계하고 잔존부채는 정부가 상환 지원
이해관계자 "토론회인데 공청회가 됐다"며 강하게 반발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규명 토론회

▲ 28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 대강당에서 해외자원개발 부실을 밝히는 토론회가 열렸다. 광물공사 직원들이 해외자원개발 지속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그간 시끄러웠던 한국광물공사 처리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노선을 밝혔다. 광물공사를 한국광해공단과 합쳐 한국광업공단이라는 새 공공기관을 설립키로 했다. 소식을 들은 이해당사자들은 몸싸움까지 벌이며 격분했다. 

산업부는 28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 토론회에서  광물공사를 폐지하고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 기능을 제외한 잔존기능을 광해공단으로 통합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탐사‧개발‧생산 등 자원개발 상류(업스트림)사업을 하고 있는 광물공사와 광해복구‧방지‧폐광지역지원 등 하류(다운스트림)사업을 하고 있는 광해공단을 통합해 전주기 광업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새롭게 출법하는 한국광업공단은 양 기관의 모든 자산 및 부채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 별도계정(가칭 해외자산계정)을 신설해 공사의 해외자산 및 부채를 관리하고, 자산매각을 했음에도 잔존부채가 생길 경우 정부가 상환을 지원한다.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기능은 완전히 폐지하되 민간지원 기능은 더욱 강화된다. 조달청과 광물공사로 분산된 비축기능 역시 일원화한다. 어느 쪽으로 합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박기영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세계 광물시장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고, 해외 광물개발 목적으로 설립된 국영기업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면서 "볼레오나 암바토비 사업처럼 공기업이 해외 제련소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며 타당성도 낮다"고 통합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광물공사의 부실을 광해공단이 떠안아 동반부실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오히려 통합을 할 경우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최종안을 오는 6월 발표할 예정이다. 

▲ 이날 토론회에는 도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장혁준 오일퀘스트 대표, 김대형 지질자원연구원 박사, 김명준 전남대학교 교수가 발표자로 참석했다.

◆출입 제한부터 몸싸움까지…날 선 이해관계자
이날 토론회는 시작하기 전부터 순탄치 않았다. 산업부가 자리 부족이라는 이유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광해공단과 광물공사 직원을 토론회 안으로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 산업부는 두 기관의 직원들은 각각 20명씩만 참석하는 걸로 제한했다.

▲ 홍기표 광해공단 노조위원장이 남은 공단 직원도 토론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론회장에 들어가지 못한 50여명의 두 기관 직원들은 복도에서 "입장 거부하는 토론회가 어디 있느냐", "국민으로서 온 건데 왜 못 들어가게 하냐"며 수십분 간 항의했다. 산업부가 추가로 20여석을 마련하겠다 했지만 이도 거부했고, 결국 전원이 안으로 들어와 서서 듣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박중구 해외자원개발 혁신TF 위원장의 발표로 토론회는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2016년 529%의 석유공사 부채비율이 2021년 835%까지 치솟을 것이고, 광물공사의 자본잠식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가스공사는 부채비율이 325%에서 2021년 258%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혁신TF에서 평가한 해외자산 경제성 평가도 공개했다. 혁신 TF는 광물공사가 보유한 해외자산을 1조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기존 평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다. 2014년 국정조사에서는 2조1000억원, 지난해 공사는 2조3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자원공기업 3사의 예상 회수율 역시 사업을 시작할 때는 225%에 달했지만 현재는 95%까지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으로는 ▶셰일가스 확대 등 에너지 수급 패러다임 변화 간과 ▶고위험‧고비용 자산 투자 ▶분산 투자 없이 압축 성장만을 추구 ▶과도한 경영 자율권 부여 ▶사업 당시 전문가 비중 저조 ▶부실자산 매입 후에도 관리 소홀 등을 꼽았다. 

한 청중은 "왜 부실인지가 궁금한 게 아니다. 플랜카드에는 원인규명 토론회라고 적혀 있는데 왜 자료집 마지막에는 통합기관 설립이 적혀 있냐. 오늘 토론회 성격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의 끈은 박기영 산업부 정책관이 올라와 한국광업공단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바로 끊어졌다. 폐광지역에서 올라온 이해관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 광물공사와 광해공단 통합안이 나오자 폐광지역 관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토론회는 거친 항의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산업부 "시간이 없다" vs 이해관계자 "국민적 합의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 박대근 태백시지역현안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오늘 자리는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규명하는 토론회지 공청회나 주민설명회가 아니다"라며 "만약 통합을 했음에도 부실이 재발할 경우 그에 대한 배임의 책임은 여기 있는 사람이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기영 정책관은 "내가 책임을 진다고 해결이 되겠는가.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고 답변했고, 다른 참석자는 "당신이 정부다"라고 외치면서 책임 여부를 명확히 요구했다.

박지석 폐광지역사회단체 대표는 "이번 정책은 임시방편적이고 편의주의적이다. 밀어붙이기식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20만 폐광지역 주민들은 이 문제를 결코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 정중하고 엄중하게 경고한다"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도 질문을 쏟아 냈다. 현정석 광해공단 기획조정처장은 "우리가 공사를 안는 것이라면 우리를 먼저 설득시키고 어떻게 안을지 생각할 시간을 줬어야 했다"면서 "시너지가 나는 더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음에도 오는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급하게 통합안을 결정짓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박 정책관은 "지난해 12월 광물공사법 개정안 부결된 이후 광물공사는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다. 광물공사가 부도로 치닫게 되면 이것은 다른 공기업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부가 하루 빨리 처리안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자원시장, 해외금융시장에 불신을 종식시키고 신용등급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방희 광물공사 노조위원장은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어딘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정부의 낙하산 인사 처벌 없이 모든 책임을 공사 역량 부족으로만 돌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호소했다. 최재원 광해공단 노조위원장은 "폐광지역의 철학, 그간의 노고와 결실이 세 번의 혁신TF 회의, 한 번의 토론회로 모두 사라지게 생겼다"면서 "통폐합되면 구체적인 재무건정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얘기 말고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 달라"고 강조했다. 

▲ 광해공단과 광물공사는 통합에 대해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 왼쪽 사진은 광해공단 노조, 오른쪽은 광물공사 노조.

이해관계자가 아닌 제삼자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국내로 광물을 들이는 사업을 하는 한 개인은 "광해공단과 광물공사를 통합하는 것은 고육지책에 불과하다. 일본 조그맥(JOGMEC)의 경우처럼 아예 석유‧가스‧광물을 다 통합하는 것이 어떠냐. 10년 정도의 장기 프로그램을 가지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면서 움직일 순 없나"라고 제안했다.

20여년간 북한과 교역하고 있다는 한 개인 사업자는 "광물공사는 북한 자원개발에 있어 그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시대가 바꿔서 북의 마그네사이트, 희토류를 개발할 때가 오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창우 동아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2009년부터 5년 동안 자원개발특성화대학 교수협의회장을 역임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역량을 갖춘 인력들이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박 정책관은 "폐광지역 지원에 대한 위축이 예민한 부분인거 같은데, 통합으로 폐광지역 지원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담당기관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중장기 로드맵은 향후에 '통합 추진단'을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산업부 차관이 팀장이 되서 이해당사자와 함께 세부적인 방식과 절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안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100% 해결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 현재 공사가 매각해야 하는 자산이 3조2000억원 가량인데 매각이 단기간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5조원에 매각할지 1조원에 매각할지 아직 전혀 알 수 없다. 자산 매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정부의 지원 방안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 이날 토론회는 이해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분위기가 뜨거웠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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