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신문사가 사옥을 이전했다. 기존과 가까운 거리라지만 그래도 이사는 이사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기에 그간 수북이 쌓여있던 자료를 정리하고 나니 폐지처분되는 양이 적잖았다. 날씨도 풀리고, 발걸음도 가볍고, 이래저래 새출발하기 좋은 봄이다.

자료를 정리하던 중 출입처 중 한 곳인 주유소협회의 3년전 정기총회 자료집이 눈에 띄었다. 당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궁금해 자료를 펼쳐보았더니 올초 새로 받은 정기총회 자료집 사업계획안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 시간을 거슬러 그대로 담겨 있었다. 아무리 업태에 변화가 없는 협회라지만 3년간 제자리라고 생각하니 허무한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달 그 협회 정기총회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대의원들의 목소리는 점점 격양됐고 "왜 반말하냐"며 삿대질이 오갔다. 귀찮다는 듯 행사진행을 서두르라는 주문도 나왔다. 무료한 목소리로 "동의합니다", "제청합니다"만 반복했다. 

업계 발전을 위한 건설적 대안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업황이 힘든 만큼 서로 뭉쳐서 잘 해보자는 목소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의 지역 회원을 대표해 참석한 이들로 보기 어려울만큼 가볍게 처신하는 듯 했다. 

주유소업계 외부는 인공지능이다 드론이다 가상화폐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오직 과거 호황기에 그대로 멈춰있는 듯 했다.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곳에 오랬동안 몸을 담았던 그는 업계를 '올드한 동네'로 비유했다. 

업계 내부에서 자신들끼리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항상 환경탓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정을 갖고 업계 소식을 전달하는 출입기자로서 쓴웃음만 났다. 그래서 협회 신임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듯, 진정한 변화를 위해 고통을 감내할 각오를 주문하고 싶다.

올해는 매번 업계 상황이 어렵다는 소식보다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성취를 이룬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날씨도 풀리고, 발걸음도 가볍고, 이래저래 새출발하기 좋은 봄이다. 주유소업계가 처한 절박한 상황의 해법은 업계 내부에 있다고 믿는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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