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4개사 지난해 6.1%↑, 12월 한 달만 20.3% 증가
3% 넘으면 공급비용 인하…용도별 교차보조 정상화 시급

▲ 지난해 말부터 몰아친 한파로 도시가스 수요가 급증했지만 도시가스사 소매공급비용에는 인하요인으로 작용해 실무진의 고심이 크다. 사진은 공동주택에 설치된 도시가스 계량기.

[이투뉴스] “우리도 소비자 배달요청이 늘어 많이 바빴지만, 도시가스사는 정말 활짝 웃었을 것 아닙니까. 우리와는 규모가 다른 만큼 수익이 도대체 얼마입니까”

“보통 때는 아껴서 썼는데 한파가 계속되면서 가스보일러를 하루 종일 가동시키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난방비가 많이 나온 만큼 도시가스사의 수익도 크게 늘었겠죠”

취재현장에서 만난 LPG판매사업자와 소비자 얘기다. 정말 그럴까. 팩트를 따져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판매물량이 늘어난 만큼 매출이 늘어난 것은 반갑지만, 각 시·도가 요금을 산정하면서 추정한 물량 보다 3%를 넘게 될 경우 1년 농사라 불리는 공급비용이 깎이게 되기 때문이다. 외형과 달리 그만큼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닥치며 도시가스 판매물량이 급증했다. 그동안 확연한 수요 증가율 둔화세로 고심하던 도시가스업계는 잇따른 한파와 지난해 11월 미수금 회수 완료에 따른 가격경쟁력 회복에 힘입어 판매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는 한국가스공사 월별 천연가스 판매현황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천연가스는 모두 459만5000톤이 판매돼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 20.1%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도시가스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 232만3000톤 보다 20.8% 늘어난 280만6000톤이 판매됐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증가세가 이어져 1월에는 488만1000톤을 판매해 전년동월 대비 20.4% 증가했으며, 도시가스용은 303만톤으로 전년동월 257만5000톤 대비 17.7% 증가율을 기록했다. 2월에도 406만9000톤을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증가했으며, 이 중 도시가스용 천연가스는 전년동월 227만5000톤 대비 11.6% 증가한 253만9000톤을 기록했다.

한국도시가스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도시가스 공급량은 235억9574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어났다. 특히 전국을 꽁꽁 얼린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만 33억6412만㎥를 공급해 전년동기 대비 20.3%라는 기록적인 증가율을 나타냈다.

수도권의 경우 각사별 지난해 판매동향을 살펴보면 서울도시가스가 20억6710만㎥를 판매해 증가율 6.7%를 기록했으며, 코원에너지서비스는 4.0% 증가한 16억5143만㎥를 판매했고, 예스코는 13억710만0㎥를 올려 전년도 실적보다 3.8% 증가했다. 대륜이엔에스는 9억3709만㎥로 증가율 4.9%, 귀뚜라미에너지는 3억5153만㎥로 증가율 3.7%를 각각 기록했다.

또 삼천리가 39억6534만㎥의 판매물량으로 전년도 보다 4.5% 증가했으며, 인천도시가스는 전년도 물량보다 3.2% 늘어난 8억3900만㎥를 판매했다. 각사별 차이는 있지만 평균 4.4% 증가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판매량 급증이 그대로 수익구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금승인권자인 각 시·도는 도시가스 소매공급비용을 산정하면서 연구용역기관을 통해 예상물량을 추정해 결정한다. 이때 당해년도 1~4월 판매실적과 나머지 기간의 추정물량을 산입하는데 1~2월과 12월 물량이 한해의 절반을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수도권의 경우 실제 판매물량이 추정물량의 ±3%를 넘어가면 익년도 공급비용을 산정할 때 인상 또는 인하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12월 판매물량이 전년동기 대비 20.3% 늘어난 데다 올해 1~2월 판매물량 증가율도 두자릿수 이상이 되면서 큰 폭의 인하요인이 발생하게 됐다. 도시가스사 내에서도 영업진과 공급비용 담당실무자들의 표정이 엇갈리는 이유다.

◆용도별 원가 적정화, 기본요금 현실화 절실

그동안 판매량 증가세 둔화 타개책을 고심해온 도시가스업계는 천수답처럼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경영 변수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 연료전지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은 물론 도시가스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진출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곳은 많지 않다. 도시가스 판매가 본업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공급비용 의존도를 낮춘다는 게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예년과 달리 이어진 한파로 수요가 급증하고 매출이 늘어 반가운 입장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산정기준 이상의 물량증가로 공급비용 인하요인이 발생하다보니 웃지만은 못하는 게 도시가스업계의 속사정이다. 올해도 사실상 1년 농사인 공급비용 조정에 각사 실무진들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고객센터 수수료 현실화에 더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객센터의 세대당 고정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 크다. 공급비용에 이런 비용이 반영돼 외형만 커질 뿐 도시가스사에 돌아오는 파이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경우 공급비용 조정분 3분의 2가 고객센터에 해당한다.

유지관리비 증가도 걱정스러운 요인이다. 서울시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97%. 거의 불가능한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100% 보급이 이뤄졌다. 이러다보니 신용카드 결제 도입, 철거비·연결비 등에 따른 원가인상 요인이 가정용에서 월등히 높다. 노후배관 교체 등 안전관리비 투자와 함께 고객센터 처우개선 등 제도개선에 따른 비용부담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용도에 대해 적정한 공급비용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도시가스 소매요금, 즉 공급비용은 일반도시가스사업자의 도시가스 제조·공급, 판매 및 일반관리에 소요되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런 총괄원가방식 요금제에서 용도별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교차보조가 심화되고, 이는 왜곡된 요금구조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신규사업 투자를 통해 영업외 손익을 발생시키는 경우 순이익은 총괄원가방식에 의한 이익과 거리가 멀다. 모든 용도에 평균적으로 조정요인을 반영하다보니 빚어지는 결과다.

이에 따라 용도별 인상요인을 점진적으로 적정화하고, 기본요금을 현실화하는 행정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지역 기본요금은 790원에서 현재 1000원으로 올랐으나 턱없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연구용역을 위탁받아 수행한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도 주택용 기본요금은 1300원이 적정한 것으로 제시됐다.

총괄원가방식의 소매요금체계는 도시가스사 간에도 이견이 분분한 첨예한 사안이다. 각사마다 용도별 비중이 다르다보니 용도별 요금책정에 따라 이익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도권 7개 도시가스사의 경우 공급비용 산정시기가 돌아오면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그동안 도시가스 공급비용 산정 연구용역 결과와 달리 정무적 판단을 앞세운 사례가 허다하다. 올해는 6.13 지방선거까지 겹쳐 잇다.

도시가스 공급비용은 공급사뿐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안전·안정공급을 위한 절대적 재원으로, 적정하고 합리적인 산정이 이뤄져야 하는 과제다. 공급비용 조정시즌을 맞아 요금승인권자인 각 시·도의 효율적이고 실무적인 행정 집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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