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의존도 대폭 감소…LNGㆍ원자력 소비 증가

 

 1부  두차례 격동기 겪은 국내 에너지소비 변화

 

세계는 에너지 전쟁 중이다. 유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석탄과 석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최근 3~4년 새 3~4배나 올랐다. 일부 국가는 에너지 확보를 국가 정책으로 삼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에너지 확보전(戰)’에 뛰어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에너지외교를 펴는가 하면 국가에너지위원회까지 만들어 에너지관리를 총괄 관리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국내 에너지산업과 정책의 근간인 에너지통계 정보는 부족하다. 심지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가 사장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본지는 흩어져있는 에너지통계 자료를 집대성하고 분석했다. 앞으로 12주 동안 매주 1회씩 국내외 에너지통계분석 특집기사 '한국 에너지통계 35년 재조명'을 보도한다. 지난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5년간의 통계 자료와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 분석한 이 기사가 국내 에너지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재조명할 뿐 아니라 미래를 전망하는 시금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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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1부   에너지소비 변화
 2부    에너지수입 의존도
 3부    소비부문별 에너지소비
 4부    에너지원별 에너지 수출입
 5부    석유류 소비 추이
 6부    국제 에너지소비 추이
 7부    국제 현물 유가 추이
 8부    주요국 원유생산실적
 9부    지역별 원유 매장량
 10부  국제 휘발유 소비가 비교
 11부  주요국 원유 수출입 비교
 12부  국제 에너지 공급 비율

지난 25년간 우리나라의 1차에너지 소비 트랜드는 두 차례 격동기를 거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액화천연가스(LNG)가 보급된 직후인 1987년과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이 그 두 번이다.


이 두 번은 국내 에너지 소비 흐름을 바꿔놓는 이정표가 됐으며 특히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에너지 소비의 급격한 하락을 야기했다. 참고로 1차에너지란 천연자원 상태에서 공급되는 에너지를 의미하며 석탄ㆍ석유ㆍLNGㆍ원자력ㆍ수력 등을 포함한다.
 
지난 1980년부터 2005년 9월까지 방대한 에너지통계 자료와 언론보도 내용을 검토한 결과, 1980년 4391만1000TOE(석유환산톤)이던 국내 1차에너지 소비량은 2004년 말 현재 2억2023만80000TOE로 25년 새 약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엔 9월까지 국내 석유 소비 통계만 살펴보더라도 총 1억6827만6000TOE를 소비했으며 2004년 동기 대비 650만4000TOE의 석유를 더 소비했다.

 

이처럼 매년 1차에너지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전체 에너지에서 각 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인 의존도는 큰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화석연료인 석유와 석탄의 사용량은 산업발전과 더불어 꾸준히 증가했지만 의존도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LNG와 원자력의 소비량과 의존도는 동반 상승했다. 화석연료 의존도는 낮추고 청정에너지와 대체에너지를 확보하려는 범국가적 의도가 그 배경이다.

 

참고로 TOE(Ton of oil equivalent)는 원유 1톤이 발열하는 열량(107kcal)으로 환산한 단위다. 쉽게 설명하면 1TOE는 휘발유로 환산하면 승용차가 서울과 부산을 16회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다.

◆석유=석유의존도 15.4%P 감소…석유 사용량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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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년 동안 전체 에너지 가운데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인 석유의존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2004년 말 현재 전체 1차에너지에서 차지하는 석유의존도는 45.7%로 1980년 때보다 15.4%포인트나 감소했다. 1997년까지 60%대를 유지하던 석유의존도는 1998년 54.59%로 떨어진 데 이어 2005년엔 44%까지 곤두박질쳤다. 점차 탈(脫) 석유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과연 탈 석유화는 얼마나 더 진행될까. 석유의 가채년수는 40년 정도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석유의존도는 40%선이 마지노선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최근 '일본의 경제ㆍ사회에 있어서 석유의 역할검증'의 보고서에서 석유의존도 40% 정도가 탈 석유의 한계라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자동차ㆍ선박ㆍ항공기 등 수송용 연료의 경우 석유를 근본적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의 연도별 석유의존도 감소율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이 연구결과를 국내 탈 석유화에 적용 가능하다.

 

한편 석유 사용량은 지난 2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지난 1998년을 고비로 증가세가 둔화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1980년 2683만TOE이던 석유 소비량은 2004년 말 현재 1억63만8000TOE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1980년부터 1997년까지 매년 300만~400만TOE씩 증가하던 석유소비량은 1997년(소비량 1억908만TOE)을 고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998년 석유 소비량은 9058만2000TOE로 줄었다. 석유 소비량이 감소한 것은 1980년대 초반 소폭의 감소를 제외하면 17년 만에 처음이다. 또 2004년에도 석유 소비량은 소폭 감소하는 등 소비량 증가는 매우 둔화됐다.

외환위기ㆍ고유가ㆍ환경오염문제ㆍ대체에너지 개발ㆍLNG 등 가스의 보급 확대와 에너지 다원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석유 소비량이 과거처럼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석탄=1996년부터 석탄의존도 회복세…석탄액화 기술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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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소비량은 지난 25년 새 4배 이상 증가했지만 석탄의존도는 감소추세다. 1980년 1319만9000TOE이던 석탄 소비량은 2004년 말 현재 5312만8000TOE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에너지 가운데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인 석탄의존도는 1980년 30.06%에서 2004년 말  24.12%로 떨어졌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1980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석탄의존도가 1996년부터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5년 18.67%까지 하락했던 석탄 소비율이 1996년 19.49%로 회복하더니 2004년 말엔 24.12%로 상승했다.

 

이는 유가 상승과 외환위기 등 외부 요인도 다소 작용했지만 석탄액화유 등 석탄을 이용한 에너지 개발이 활기를 띠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석탄액화(CTL, Coal to Liquid)기술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합성석유 또는 인조석유로 불리는 석탄액화유는 현재 전 세계가 기술개발과 공장 건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양대 석유 소비국이면서 석탄 매장량 1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석탄액화공장 건립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석탄을 이용해 전기를 일으키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NG=친환경ㆍ경제성 높아 고속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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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부터 보급된 LNG는 급물살을 타고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1986년 7만1000TOE이던 소비량은 2004년 말 현재 2835만1000TOE로 약 400배나 증가했다. 본격적으로 보급된 1987년(210만4000TOE)을 기준으로 삼아도 2004년까지 13배 이상 증가했다.

 

또 LNG의존도는 20년도 안 되는 사이 초고속 상승세를 보였다. 1986년 0.16%이던 LNG의존도는 2004년 말 현재 12.87%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LNG의 소비량과 의존도가 타 에너지원보다 짧은 기간에 급상승세를 탄 배경엔 친환경과 경제성이 깔려있다. LNG 차량은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유해가스 배출이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LPG나 경유차량보다 적어 청정성이 뛰어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료별 주행거리당 가격지수도 LPG 대비 45%, 경유 대비 48%에 불과해 경제성이 탁월하고 1회 충전에 800∼1000㎞를 운행할 수 있어 대형 화물차나 장거리 주행차량에 적합하다.
환경부와 한국가스공사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LNG 차량 2만3000대를 보급하기로 했다. 또 고속도로ㆍ공항ㆍ항만 등 전국 기간도로망을 따라 '우물 정(井)자' 형으로 LNG 충전소를 설치하는 '블루 코리도어(Blue Corridor)'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국가적 정책에 힘입어 LNG 소비량과 의존도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원자력ㆍ수력=원자력 증가세…수력 감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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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86만9000TOE이던 원자력 소비량은 2004년 말 현재 3267만9000TOE로 거의 40배 가까이 증가했다. 원자력의존도도 1980년에 1.98%이던 것이 2004년 말 현재 14.84%로 증가했다. 석유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원자력의존도는 높아졌다.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원자력은 꾸준히 그 파이를 넓혀왔다. 원자력 발전소가 지난 1978년 처음 건립된 이후 28년이 지났고, 원자로도 20기가 세워졌지만 방사능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좋지 않아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찾지 못한 듯하다. 
 
한편 수력 소비량은 지난 25년 새 늘었지만 수력의존도는 감소했다. 1980년 49만6000TOE이던 수력 소비량은 2004년 말 현재 146만5000TOE로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력의존도는 1.13%에서 0.67%로 감소했다. 이 비율을 연도별로 꼼꼼히 살펴보면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증가했으나 1991년부터 하락세를 탄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 최고 1.71%까지 증가했던 수력의존도는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전력생산량으로 따져도 수력은 총 전력생산량 중 2%는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과 지형 조건이 비슷한 중국과 일본의 수력 의존도가 10%대인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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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8일에는 '한국 에너지통계 35년 재조명' 2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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