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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컨트롤 산업부 한지붕 싸움
전력거래소·한전·에너지공단 각자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올해만 수백억원 투입 중복·과잉투자 우려…산업부 팔짱
  [483호] 2018년 01월 22일 (월) 06:00:30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전력거래소 제주지사에 시범설치된 신재생 통합관제시스템 ⓒKPX

[이투뉴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을 실시간 예측·감시하면서 이를 관리·제어하는 새 영역을 놓고 산업통상자원부 소관기관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정부 에너지전환정책과 맞물려 재생에너지 수용성 극대화를 위한 통합관제 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그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물밑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성격이 유사하거나 목적이 불분명한 사업을 기관별로 제각각 추진하면서 많게는 한 해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관련 사업의 중복·과잉투자와 기관간 업무혼선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력계통 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를 비롯해 송·배전망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전력연구원, 정부 보급사업 담당기관인 에너지공단이 저마다 재생에너지 관련 통합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거나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전력거래소의 경우 이미 나주 본사 중앙관제센터와 제주지사에 시범단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에 들어갔고, 한전은 송전계통그룹과 배전그룹이 각각 전력연구원과 시범 운영시스템을 만든 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에너지공단은 기존 보급사업 관리시스템을 실시간 통합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한 모델을 공개하면서 향후 건물·지역·설치의무화 부문까지 관제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유사한 성격의 투자와 연구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 기관 중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쪽은 재생에너지 증가로 기존 관제업무의 변화 필요성을 피부를 느낀 전력거래소다. 외부서 고립된 한반도 전력계통의 축소판이랄 수 있는 제주에서 재생에너지 증가로 공급력과 수요가 불일치하는 상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들에 의하면, 2016년 제주에선 모두 6회에 걸쳐 인위적인 풍력발전 제약조치가 이뤄졌다. 전력수요가 적은 계절과 시간대에 인위적으로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는 풍력발전이 다량 가동될 경우 기존 화력발전 출력을 최대한 낮춰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서다.

이런 상황에 꾸준히 풍력·태양광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이 지역 풍력발전제약 횟수는 16회로 전년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제주지역 중앙급전 발전기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각각 590MW, 401MW로 육상 연계선로(해저케이블 1,2 포함 300MW 내외) 융통량을 포함해도 전체 설비에서 재생에너지 설비비중은 40%를 웃돈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태양광설비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는 일사량이 좋은 봄철 낮시간에도 출력제약(Curtailment)이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사에 구축한 관제시스템 정확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력거래소는 2020년 본격운영을 목표로 지난해 나주본사와 제주지사에 재생에너지 출력 예측과 관제가 가능한 시범단계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했고, 내년부터 시작되는 차기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 개선사업 때 신뢰성이 검증된 별도시스템을 완성해 이를 미래 EMS기능으로 가져갈 방침이다.
▲ (좌)송전설비 부족으로 인한 발전제약, (우) 공급과잉으로 인한 제약 ⓒ한전경제경영연구원

이에 뒤질새라 한전은 자금력과 연구역량을 앞세운 전방위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한전 전력계통본부는 내년초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몰린 광주전남지역 내 모든 발전기들의 출력감시와 관제가 가능한 신재생 통합 감시운영시스템을 시범구축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산하 전력연구원이 참여하며, 자체 연구비로 100억원 안팎이 투입된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권역별로 전력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지역별 계통운영센터(옛 지역급전소)에 감시제어 시스템을 설치하면 보다 안정적인 수급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송변전과 배전단위 시스템의 통합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흔히 ‘전봇대’로 불리는 2만2900V 이하 전력망을 다루는 배전단 조직도 감시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한전 배전운영처는 자체 자금을 들여 민간 재생에너지 설비에 발전량 계측이 가능한 단말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전력망의 말초신경에 해당하는 배전망을 24시간 감시하면서 전압 등을 관리하고, 이들 정보가 배전관리시스템에 취합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자료 취득-상시모니터링-실시간 안정도 평가로 이어지는 이 사업에도 전력연구원이 참여하며, 제주시범지구 구축운영 등 올해 책정된 자체예산만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초기 운영시스템 구축은 오는 6월 완료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정부지원 보급사업을 관할해 온 에너지공단도 관제시스템 주도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에너지공단은 올해 융복합지원사업으로 선정된 1만2000여개 설비에 우선 실시간 통합모니터링을 적용하고, 향후 다른 영역까지 그 대상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공단 신재생 통합모니터링 시스템은 전국 발전설비 현황과 발전량, 기상정보와 연계한 발전량 예측 정보, 통계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기관별로 사업영역과 관제 대상이 구분돼 있긴 하지만, 결국 같은 발전원을 대상으로 통합관제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중복·과잉투자와 향후 기관간 업무혼선이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나름대로 새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어떤 목적에 따라 어디까지 관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효과는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사업들이 많고, 내용도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경우가 다수"라면서 "정부가 나서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각 사업들을 통합해 국가차원에서 로드맵을 만들고 담당영역과 역할을 분명히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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