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EC 가중치 재조정 앞두고 자생기업 위기감 고조
고원영 썬텍에너지 대표 "바이오매스·혼소 정의부터 바로잡아야"

▲ 전북 완주산업단지내 썬텍에너지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

[이투뉴스] “바이오매스와 혼소(混燒)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 바로잡은 뒤에 REC(재생에너지인증서)가중치를 조정해야 합니다. 석탄에 우드펠릿을 섞어 때면서 보조를 받거나 수백MW짜리 전소발전소를 짓는 건 당연히 규제하는 게 맞지만, 우리처럼 처음부터 바이오매스로 직접 설비를 투자해 가까스로 여기까지 온 중소사업자들은 앞으로 어쩌란 것인지 앞이 캄캄하네요.” (고원영 썬텍에너지 대표)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폐기물 대신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조만간 REC가중치 재조정에 나선다. 이 과정에 정부는 바이오매스·폐기물의 가중치를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무런 노력이나 투자 없이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우드펠릿 등을 투입하는 방법 등으로 실적을 채워 온 RPS(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발전사들의 편법적 행태를 근절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듣고 시름에 빠진 건 정작 대형 발전사들이 아니라 일부 기존 중소 바이오매스 발전사들이다. 가뜩이나 규모면에서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은데, 정부 방침대로 연료별 가중치 조정이 이뤄지면 경영상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 완주산업단지에서 3MW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썬텍에너지도 정책 향배에 따라 미래가 갈릴 기업 중 한 곳이다. 앞서 2014년 썬텍에너지는 설비운영이 까다로워 불모지와도 같던 소용량 순환유동층(CFBC) 바이오매스 열병합사업에 최초로 뛰어들었고, 각종 시행착오와 설비개선을 거쳐 지난해 처음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정부의 향후 REC재조정이 썬텍에너지와 같은 중소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돌발변수가 됐다.

최근 완주 본사에서 만난 고원영 썬텍에너지 대표는 이런 이유로 “요즘 잠이 안온다”고 했다. 큰 틀에선 정책방향에 동의하지만, 자칫 무분별한 가중치 조정은 불합리한 기존 시스템 속에서도 꿋꿋이 설비투자와 기술개발로 노하우를 쌓아 온 중소기업들의 도태와 설비·운영기술 사장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다. 썬텍에너지는 우드펠릿으로 시작해 현재 바이오-SRF로 분류되는 캐슈넛 껍질을 열병합 연료로 쓰고 있고, 이달 들어 국산 우드칩과의 혼합 연소를 시험 중이다.

▲ 고원영 썬텍에너지 대표

고 대표는 REC가중치 재조정과 관련, “크게는 바이오매스에 대해 제대로 재정의해야 하고, 혼소도 화석에너지를 섞어 태우는 것은 가중치 하향조정이 맞지만 순수 바이오매스와 바이오매스를 혼합해 연료를 쓰는 것을 같은 혼소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역설했다. 화석연료와 바이오·폐기물 혼합연소가 규제해야 할 혼소이지, 바이오매스대(對) 바이오매스의 조합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고 대표는 “바이오매스도 다 같은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연에서 나온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구분해 줘야 한다. 말 그대로 폐기물은 차등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뭉뚱그려 바이오SRF로 분류하면 볏짚이나 과육껍질, 가공 뒤 남은 나무껍질도 폐기물이 된다”면서 “이런식의 잘못된 바이오매스 정의부터 바로잡는 게 REC 조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석탄화력에 우드펠릿 등을 혼소해 REC를 인정받아 온 발전사들은 아무런 투자 없이 혜택을 누려왔고, 정부도 그런 꼼수를 묵인해 왔다고 직격했다. 바이오매스 가격이 비싸도 REC를 지급받는데다 투입비용을 사후 전액 정산 받으니 발전사들이 혼소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때 썬텍에너지는 버거운 투자비를 들여 직접 발전설비를 설치한 기업으로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화력발전사 혼소 규제에도 이견은 없다고 했다.

반면 아직 혼소에 대한 개념정의가 불명확해 규제의 불똥이 애꿎은 중소 발전사들로 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고 대표는 “애초부터 바이오매스만을 다루고 직접 전용설비에 투자한 우리는 바이오매스에 대한 대분류와 혼소에 대한 정의가 잘못될 경우 또다시 역차별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혼소에 대한 합당한 근거와 기준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입연료를 사용하는 초대형 바이오매스 발전소 규제도 필요하지만 국내산 바이오매스 이용확대를 위한 범부처간 협력과 지자체 지원, 국내 실정에 맞는 단계적 지원책 마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썬텍에너지는 지역내 바이오매스 자원 활용을 위해 다각적인 시도에 나섰으나 지역 공무원들의 수세적 대응에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 했다.

고 대표는 “인도네시아 등 해외 산지서 조사해보니 바이오매스 가격을 국내 대형 발전사들이 다 올려놨더라. 100~200MW급 대형 바이오매스를 건설해 연료를 조달한다는 발상은 밀림이 아니고서야 불가능에 가깝고, 국가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바이오매스 설비의 경우 분산전원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10MW이하가 가장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양광이나 풍력도 중요하지만 산림이 전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국내서 경쟁력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자원 중 하나가 바이오매스다. 3020재생에너지의 한 축을 바이오매스가 담당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국내산을 써야한다는 구호만 요란하지 지금은 중앙정부나 지자체 누구도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곳이 없다. 그러면서 국산연료만 외치는 게 바로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지금도 간벌이나 수종개선 후 남은 임지잔재물이 그대로 산에 방치돼 있다. 벌목과정부터 장비를 지원하고 산림이 많은 지역과 농토가 많은 곳을 구분해 권역별 집산지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자동화·기계화로 국산연료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이번 REC 재조정이 자칫 썬텍에너지처럼 기술기반으로 자생해 온 중소기업 숨통을 끊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 3020계획 수립·발표로 지연된 REC 가중치 재조정 작업을 올해 1분기 안에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외부용역 결과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공청회도 열 예정이다. 

전병근 산업부 신재생에너지과 과장은 "REC는 결국 돈이다. 재원은 한정돼 있고 어디에 더 안배하느냐의 문제라 신중하고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 업계 이야기도 듣지만 가급적 데이터를 토대로 결정하려 한다"면서 "용역결과는 참조사항이며 결국 정책방향과 환경성 등이 관건이 될 거다. 바이오매스의 경우 해외 수입연료에 추가로 전기료를 얹어준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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