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자본금 3조원 증액안 본회의서 부결
올해 7천억원 상환해야 하지만 대책 미흡
'묻지마 투자' 책임지는 사람도 전혀 없어

[이투뉴스] 무술년 새해부터 한국광물자원공사(사장 김영민)가 큰 난관에 봉착했다.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광물공사 1조원 추가 지원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됐기 때문이다. 올해 7403억원 금융부채를 상환해야 하는데 뾰족한 수가 없어 공사는 물론 해외자원개발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현재 광물공사는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다. MB정부 시절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자원외교에 앞장섰고, '묻지마 투자' 결과물을 고스란히 떠안았기 때문이다. 부채율은 2013년 207%에서 2015년 6905%까지 치솟았고, 2016년에는 결국 산출이 불가능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버렸다. 기업의 자본은 납입자본금과 내부 유보된 잉여금으로 구성되는데, 이때 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 등이 바닥나고 자본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을 '자본잠식'이라고 한다.

▲ 광물공사 재무제표. 201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 1조원 추가 출자안 산업·법사위 통과했지만 본회위서 부결
광물공사의 자본금은 전액 정부가 출자하고 있다. 1967년 법정자본금 10억원으로 시작해 현재 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자본금은 1조9883억원으로 잔여 증자한도가 117억원에 불과, 현재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올해 정부의 광물공사 출자예산이 117억원으로 배정된 것도 같은 이유다.

이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강원 원주을) 의원이 공사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8월 송기헌 외 10인은 광물공사 자본금을 2조원에서 4조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한국광물자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공사 경영상황이 일순간에 개선되기 어렵고, 저유가 시기가 해외자원개발 투자확대 적기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출자금액이 4조원에서 3조원으로 줄었을 뿐 지난달 8일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통과, 20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무난하게 가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29일 본회의에서 반전이 발생했다.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이 광물공사 법정자본금 증액 반대에 나선 것. 밑 빠진 독에 계속해서 국민 혈세를 부을 수 없다는 논리다.

▲ 광물공사 법정자본금 변화 추이.

그는 반대토론에서 "공사 누적 적자는 3조원을 돌파했고 공사가 투자한 멕시코의 볼레오 광산이나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은 사실상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보증함에도 2년 전 국내 공기업으로는 최초로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것이 현재 공사의 적나라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인데도 공사는 국민에게 단 한 번도 진실을 보고한 적 없다"면서 "심지어 처벌받은 이도 하나 없다. 당시 잘못된 투자를 주도했던 이들은 오히려 승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당시 자원개발을 주도했던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은 지난해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피고인의 행위에는 경영상 판단이 포함돼 있어 그것을 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재판부의 논리였다. 이는 홍 의원 말처럼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결정적 단초가 됐다. 

홍 의원은 공기업도 파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공기업도 실력이 없거나, 무능하거나, 부패하거나, 경영이 잘못되면 문 닫을 수 있다"면서 "설령 공사를 다시 살리더라도 왜 이렇게 부실이 심해졌는지, 앞으로 회복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개정안은 찬성 44명, 반대 102명, 기권 51명으로 반대표가 쏟아지면서 부결됐다. 이번 부결은 같은 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같은 당 의원이 막았고,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서 막혔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 197명 의원 중 102명이 반대하면서 광물공사 1조원 추가 지원안은 부결됐다. (출처 : 홍영표 의원 트위터 캡쳐)

◆ 올해 상환금 7403억원…현재까지 조달 방법 없어
한국광물자원공사법 제14조에 따르면 공사 사채 발행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내에서 가능하다. 지난해 6월말 누적자본금이 1조9883억원이였으니, 사채 발행 한도는 여기서 갑절인 3조9766억원이 된다.(적립금 별도 없음) 이미 지난해 말까지 발행한 사채가 3조7046억원(추정액)이므로 추가 발행은 2700억원 남짓에 불과한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공사는 기존 금융부채 만기에 따라 7403억원을 상환해야 하고, 신규로 3129억원을 차입해야 한다. 정부의 추가 출자 없이는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는 수준이다. 50여년 역사의 광물공사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례적인 상황에 광물공사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산 매각, 투자 삭감, 조직 및 인력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을 구상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이 부친다는 평가다. 실제 2016년 공사의 자산 매각 실적은 513억원에 불과하다. 공사 관계자는 "우선은 인력 감축 등 공사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올 5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종업계 관계자도 "지난해 아무리 민간 중심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운영한다고 선언했다 한들 결국에는 공사가 중심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서 자칫하면 업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4일 해명자료를 통해 "해외재원개발 혁신 TF를 구성해 해외자원개발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사업별 경제성 검토를 토대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광물공사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방향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발표, 광물공사 위기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 광물공사 기존 금융부채 만기도래 현황.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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