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신년사 / 이재욱]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구속 퇴진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5월 선거에서 승리, 새로 출범하면서 국정 전반에 걸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며 에너지 정책도 사실상 상전벽해와 같은 변혁이 시도되고 있다.

정부수립 이후 산업발전과 함께 숨가쁘게 달려온 발전량 확대 정책에서 우선 멈춰 서서 경제성만 따지는 발전정책을 뒤돌아보며 이제는 값싼 전기 생산이 능사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게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는 요인들도 비용에 반영할 때가 됐다는 시대적 필요의 산물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의 감축을 명문화했다. 사실상 원자력발전은 그동안 숱하게 제기되어온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과거 정부는 쇠귀에 경 읽기식 대응을 해왔다. 

일본 대지진으로 파생된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가운데서도 원전은 줄기차게 전력공급의 바탕이 되는 기저발전의 대주주 지위를 확고하게 누려왔다. 이처럼 원전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도 값싼 전원이라는 인식 때문. 그러나 과연 값싼 전원인가에 대한 회의가 빗발치고 아직도 세계적으로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방안 등을 고려하면 꼭 저렴한 발전원이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되면서 이번에 에너지 정책의 큰 전환을 이루게 된 것이다.

석탄화력의 경우 원자력발전보다는 큰 저항을 받지 않고 감축 정책이 추진된다. 무엇보다도 석탄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미세먼지에 모든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 일상사. 하지만 과거 정부가 세워놓고 허가까지 내준 대형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때문에 수십년이 흘러도 석탄화력의 비중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원전과 석탄화력 감축이라는 큰 틀의 전환을 선언하고 실천할 계획이지만 발전소 건설사업이 워낙 대형인데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금방 원자력발전이나 석탄화력발전이 자취를 감추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으로 2030년 발전원별 설비용량은 원전이 작년 24기 22.5GW에서 18기 20.4GW로 2.1GW 줄고 석탄화력은 61기 36.8GW에서 57기 39.9GW로 오히려 3.1GW 증가한다. LNG의 경우 37.4GW에서 2030년 47.5GW로 10.1GW 늘고 재생에너지는 발전량 비중 20% 목표달성을 위해 크게 확충될 전망이다.  

과거와 다른 정책 목표 수행을 위해서 올해부터 정부는 바꿔야 할 정책들이 수없이 많다. 무엇보다도 먼저 전기요금의 시장기능을 회복함으로써 에너지 효율 향상과 에너지 절약의 생활화를 위해 요금 현실화에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제도 도입은 물론 계절별 시간대별 요금제 확대 등 합리적인 요금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원전과 석탄화력을 줄이는 동안 가교 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는 LNG 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 즉 급전순위 결정시 과거에는 경제성만 따져 싼 전원을 먼저 공급했다. 앞으로는 그동안 원가에 반영하지 않았던 환경 편익은 물론 배출권 거래비용, 석탄폐기물 비용 등을 반영함으로써 LNG 발전의 경쟁력을 보장해줘야 한다.

당연히 전력시장 용량요금의 경우 연료전환성과계수에서 이용률 비중을 줄이는 대신 환경기여도 비중을 확대하고 수요지 안근 발전기의 지역계수도 지금보다 상향 조정해 친환경 및 분산형 전환의 보상폭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63.8GW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누적기준)을 건설한다는 야심찬 수치를 내놨다. 작년말 나온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현재 7%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공공부문 51조원 등 신규로 92조원의 신규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 예산도 18조원이 들어간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간헐성과 발전단가가 높아 쉽지 않은 사업이다. 해마다 발전단가가 떨어지고는 있으나 국제 유가 수준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여간 집중해 육성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사업 주체를 외지인 사업자에서 국민과 지역주민으로 전환하고 사업자가 개별입지를 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대규모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여건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정했다. 정해진 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집적 단지 조성 등이 불가피하겠으나 자칫 잘못하면 대형 발전사나 대기업의 배만 채울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거기에 재생에너지 업계의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가 올해도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가는 에너지 산업은 물론 국내 경제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예의주시해야할 대목이다.

새해는 이밖에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배출권 거래제의 정착을 기해야 한다. 해외 자원개발 역시 다행히 근년에는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 여건에 따라 언제 천정부지로 뛸지 모른다. 방관해서는 국제 광물가격의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잘못을 반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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