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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In] 에너지 분권과 자립의 시대, 지자체의 대응 전략
김성욱 경기테크노파크 안산산업경제혁신센터 책임연구원(도시계획학 박사)
[481호] 2018년 01월 02일 (화) 07:10:31 김성욱 wook0711@gtp.or.kr
▲ 김성욱 경기테크노파크 안산산업경제혁신센터 책임연구원(도시계획학 박사)

[이투뉴스/김성욱] 에너지 탈집중의 행보가 바쁜 나날들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분산형 전원 확대 의지를 밝혔고, 같은달 20일 '3020 재생에너지' 실행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를 구체화했다. 아직까지 전원믹스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들이 많고, 삼척 석탄화력발전사업도 예정대로 진행되는 등 중앙집중형 화석연료 및 원자력 전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전원의 20%, 63.8GW가 재생가능에너지로 채워지게 된다. 이에 발맞춰 지역주민·일반국민 참여형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을 대폭 늘릴 예정이기도 하다.

이의 대응점에 문재인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지방분권화 개헌추진 사업이 있다. 현재의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바꾸고, 연방제에 준하는 수준의 지방자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이다. 이 두 개의 흐름이 만나는 창이 ‘에너지 분권’이다. 지방자치 수준이 강화되려면 경제적 독립이 있어야 하고,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에너지 사용이다. 지역 내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역외 에너지 수입부담이 줄어들고,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재원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에너지 분권화는 지방자치의 근간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역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연료나 폐기물이 주변 환경에 부하를 적게 주는 자원과 생산 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햇빛과 바람이 충분하면 설치할 수 있고, 연료가 필요치 않으며 폐기물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지역마다 자유롭게 들어설 수 있어 에너지 분권화에 적절한 발전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중앙집중형 에너지 생산-소비구조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분권화는 아직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기는 하다. 중앙집중형 에너지 생산이 이루어지면 생산량과 가격을 모두 중앙정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대가를 적절히 지불하지 않고 편리하게 쓸 수 있다. 중앙정부의 힘이 강할수록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생겨난 피해를 무시하거나 가격에 포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아예 모르는 채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생산과정에서 생겨난 피해를 입는 집단보다는 국민 전체인 소비자들이 훨씬 많기도 하거니와, 소수의 피해를 바탕으로 다수가 행복하면 된다는 안일한 의식구조도 있는 셈이다.
▲ 안산 누에섬 풍력발전기. ⓒ안산시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서 피해를 입는 지역의 주민들이 이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소비자들 역시 이에 공감하거나, 피해의 규모가 커져 자신들도 광역적 피해자가 되면서 함께 부당함을 주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목소리는 점차 커져 주요 전력생산지인 충남도와 부산시에서는 각각 탈석탄과 탈원전을 주장하게 되었고, 이에 응답하듯 서울시는 태양의 도시를, 경기도는 에너지비전 2030을 보여주며 소비를 줄이고 지방정부 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안하였다. 최근의 정치적 급물살에 힘입어 각 지방정부는 어떻게 내부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를 줄일 것인지 조직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지역에너지계획의 수립과 집행, 지방정부 에너지센터 및 공사 출범과 운영이 그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에너지 정책구조 하에서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집행기구인 에너지센터나 공사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독일이나 영국 같은 나라들이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독일은 지방정부별로 에너지회사를 갖고 있다. 영리가 목적이 아니라 환경목표의 달성, 지역 경제의 강화, 좋은 일자리, 공급의 민주화, 에너지공급의 사회적 책임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들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서 판매한다. 이들은 가격 전략이 아닌 품질전략, 마진보다는 시장점유율에 초점을 두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여 금전적 잉여가 아닌 사회적 보너스를 추구하여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과 사용을 유도한다. 영국도 마찬가지이다. 각 지방정부가 유한회사를 운영하며, 지방의회가 갖고 있는 회사가 에너지 회사의 지분 일부를 갖고 있다. 또한 에스코 사업을 수행하는 자회사를 만들어 생산과 사용, 효율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구조를 지닌다. 지방의회의 힘이 강하다보니 에너지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단순한 에너지 판매 뿐 아니라 기후변화 방지 정책지원을 함께 수행하여 에너지와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며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는 구조를 갖는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는 정말 어려울까?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에 대한 자주권을 얻고,
                          
역외로 유출되는 비용 지역내부서 순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방정부의 힘을 많이 길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먼저 지방정부마다 자신들에게 적합한 지역에너지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하고 피상적인 계획이 아니라, 각 지역의 에너지 생산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에 기반한 에너지 생산량을 결정한 후 지역의 소비량을 정해야 하며, 향후의 에너지 생산과 사용의 방식과 용량과 이와 관련된 행동들을 결정한다. 분산형 에너지원이 대세가 되면 주민들은 ‘쓰고 싶은 만큼’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만큼’의 에너지를 써야 하며 ‘줄여야 하는 만큼’의 에너지량을 줄여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는 무한정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어 지역마다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량의 상한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기반하여 부문별 에너지 생산·소비계획이 잡히게 될 것이며, 지역별 에너지 사업이 결정될 것이다. 또한 지역에너지위원회와 같은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이를 결정함으로써 지역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계획이 완성된다.

외연적 측면에서 이 계획은 국가에너지계획과도 맞닿아 서로 정합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만남의 장을 정규화하고, 국가에너지계획에서 필요로 하는 분산형 에너지 생산량에 대해 지방정부와 협조하여 지역 특색에 맞는 에너지 생산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역마다의 차이점이나 애로사항으로 인한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서 합리적 제도 개선을 빠르게 마련할 수 있도록 부처통합형 의사결정구조를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산업자원부가 주도하여 중앙부처, 지자체, 에너지 시민활동기구, 에너지 관련 공기업 등을 아울러 ‘재생에너지 정책 협의회’를 열고 의사결정구조의 기초적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협의체 구조를 구체화·조직화하고, 산업자원부 외에 시설물 설치와 관련된 실질적 규제권한을 갖고 있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의 담당 의사결정권자의 참여를 의무화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계획을 실행하려면 조직도 필요하다. 이미 서울시와 제주도에서 에너지공사를, 경기도에서 에너지센터를 만들었으며, 충남도와 전북도에서 에너지센터를, 부산시에서 에너지공사를 만들기 위해 준비중에 있다. 아직까지 기초지방정부 단위에서 에너지센터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은 거의 없는 편이고, 다만 안산시에서 유일하게 에너지플러스센터를 만들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자 준비중이다. 에너지 분권화를 촉진하고 분산형 에너지원의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최전선에서 움직이고 실행해야 하는 기관은 지방정부라는 측면에서 지방정부의 에너지 실행력을 키우기 위한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기초지방정부 단위에서 실질적으로 에너지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2-3명에 불과한데 2030년까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50GW 더 늘린다는 목표와 비교하면 현실적으로 이를 담당할 인력과 조직 자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가적 수준에서 빠른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담당 조직이 마련되어야 한다.
▲ 안산시청 옥상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설비.

이외에도 에너지 예산의 포괄예산제 도입도 필요하겠다. 지방정부별로 상황과 조건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예산은 전국에서 같은 종류의 사업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햇빛이 좋은 지역과 바람이 좋은 지역, 주민들이 의욕적인 지역, 민간이 활발한 지역은 각자의 특성과 상황이 서로 다르고 그에 맞는 개별 사업을 통해 효율적인 결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는 지역에너지계획에서 각 지역의 생산잠재력을 파악한 이후에 일어나야 가능한 결과이기도 하다. 감시감독을 해야 하는 중앙정부에서는 투자 성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핵심공통지표를 관리하여 지자체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면 된다. 자체 역량이 부족한 지방정부 상황을 고려했을 때에는 포괄예산과 더불어 에너지 예산 수립 교육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지역·권역별 배전회사 설립과 지역별 요금제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현재의 에너지 제도 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재생가능에너지원이 늘어나고 에너지 분권이 실현될수록 이러한 요구는 점차 커질 것이다. 지금의 송배전망 운영체제는 매우 안정적이며 전국 단일망으로 균일한 전기를 공급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분산형 전원의 계통연계가 늘어날수록 중앙집중형 운영방식의 배전망 유지관리가 어려워지고, 지자체마다 에너지자립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자신이 생산한 전력의 외부 판매에 대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주요 석탄화력발전소가 입지한 충남도에서도 탈석탄 에너지 전환비전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채워넣어 에너지 생산량을 줄일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계획이 현실이 된다면 충남도는, 또는 또 다른 에너지원을 대량생산하는 다른 지방정부는 역외에 판매하는 에너지 가격을 조정하고 싶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배전망 독립과 관련해 이미 안산시에서는 대부도의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시설계획을 바탕으로 ‘분산형 독립 그리드’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중에 있다. 배전회사나 개별요금은 아니라 하더라도 독립형 그리드를 구체화함으로써 에너지 자립의 단초를 마련하고, 향후 안산시 관내에서 생산되는 재생가능에너지원의 판매를 제어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는 길이 단순하지는 않다. 먼저 초기에는 망을 임대하는 배전사업자의 출현을 예상해볼 수 있다. 망 운영이나 관리는 기술적 관리가 필요하므로 한전의 역할이 분명히 중요하다. 다만 정보통신기술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망운영과 관리가 자동화되거나 능동형 배전망 형태로 운영이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감시장치, 통신방식, 시스템 간 연결 및 정보전달, 데이터 저장 및 관리방안,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실시간 거래 연결망, 각종 예측 및 판단 알고리즘, 전압변동 관리, 역조류 관리, 리스크 관리 등 여러 문제점과 대안들이 해결되어야 할 필요는 있으므로 차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독립형 배전망 사업과 전력 판매사업이 가능해지는 상황이 온다면, 지역 상황에 기반한 차등적 전기요금제 같은 시도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에너지 전환과 분권화로 가는 길을 주마간산으로 살펴보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정책도, 제도도, 지방정부의 역량도 무엇하나 쉽게 에너지 분권과 자립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임이 사실이다. 또한 지금과 같은 통합형 전력망에서 분산형 전력망으로 이동하면서 안정성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다소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 분권화와 자립을 통해 우리는 동등한 에너지서비스를 더 적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부터 얻을 수 있으며,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에 대한 자주권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충분한 비용과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외부효과를 일으키지 않고, 피해를 입는 집단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된다. 나아가 역외로 유출되던 에너지 비용이 내부에서 순환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도 있고 일자리도 만들어내는 효과도 기대해 봄 직 하다.

김성욱 경기테크노파크 안산산업경제혁신센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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