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고 낡아 에너지 손실 심각한데 유지·보수는 나 몰라라
전문가 채용 통해 체계적 관리, 사업자도 서비스 강화해야


"25년 넘은 노후설비 증가 불구 방치로 열손실 심각”


[이투뉴스] 수도권 신도시 건설로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공동주택이 대거 입주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어가면서 집단에너지 사용시설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역난방 도입 초기부터 공급에 착수한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서울에너지공사 공급지역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난의 경우 지역난방 공급세대수 중 25년 이상 경과된 세대 수가 벌써 5만 세대에 육박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10년간 연평균 5만∼6만 세대씩 노후세대 그룹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노후 지역난방 사용시설에 대한 유지관리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법적으로 사용시설(기계실 외벽 2미터가 재산한계점)로 구분돼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직접 관리하는 공급시설과 달리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노후 사용시설은 이처럼 관련 전문가가 없을 뿐 아니라 예산(장기수선충당금) 등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난방 및 온수용 분배관을 비롯해 입상관, 옥내배관 등 상당수 열배관에 녹이 잔뜩 끼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로 인한 에너지손실도 심각하다는 분석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노후세대 증가 추세 및 사용시설 노후 현황
한난은 앞으로 5년이 지나면 25년 이상의 노후세대가 30만 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후에도 매년 이보다 더 많은 세대가 추가적으로 노후그룹으로 넘어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지역난방을 공급한 서울에너지공사 역시 25년 경과된 노후세대가 아직은 3만여 곳에 불과하지만 향후 5년간 연평균 2만 세대씩 노후그룹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25년이 지난 지역난방 공급주택이 없는 GS파워도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10만이 훌쩍 넘는 세대가 노후그룹에 포함되고, 여타 집단에너지업체 역시 단계적으로 사용설비 노후세대가 증가할 전망이다.

▲ 25년이 넘어 낡고 녹이 슨 지역난방 열배관.

지역난방 사용가구의 설비 노후화가 진행되면 온수 및 급탕 배관 부식를 비롯해 배관 보온재 훼손, 주요 밸브 및 열교환기의 누수 등으로 열손실이 증가하게 된다. 특히 1990년대에 설치된 사용자 배관설비는 주로 강관을 사용해 부식에 아주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난방미흡 등 소비자 민원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으며, 고장난 열량계로 인해 관리사무소-주민 간 다툼도 늘고 있다.

노후주택이 급증함에도 사용자설비 유지·보수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역난방에 대한 인식 악화로 연결되는 등 집단에너지사업 전체에도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관리책임이 소비자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세대 계량기 고장, 세대 난방비 부과 오류 등)가 생기면 사업자에게 민원이 폭주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현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사용시설 관리개선 필요성 및 효과
일부 사업자가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진단서비스에 의한 사용자설비 관리 개선과 노후설비 교체를 할 경우 열손실이 감소해 난방 및 급탕 요금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아직 검증이 필요하지만 20년 이상 노후설비 보유 세대를 대상으로 배관교체만 이뤄져도 세대당 연간 6만원의 난방비 부담이 감소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기계실을 포함한 사용자설비 정밀진단 등 예방차원에서 보수와 관리를 해 줄 경우 설비 내구연한도 상당폭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난방 품질에 대한 만족도 역시 크게 상승한다. 지역난방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큰 불만거리는 난방불량과 난방요금 과다로 조사됐다. 즉 사용자가 지불하는 요금만큼 충분히 난방을 못 누리고 있거나, 필요한 난방온도에 맞추면 과다한 요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적정온도의 난방수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난방온도 및 열손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같은 불만은 주로 고장 열량계 방치, 유량계 사용 단지의 공급온도 관리 적정성 결여, 배관 및 보온재 노후화로 인한 누수 및 열손실 증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세대계량기의 공용관리를 비롯해 원격검침시스템을 통한 난방소비 모니터링, 누수 및 열손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진단서비스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향후 사용시설 제도개선 추진 방향
집단에너지를 도입, 확대 보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열병합발전과 각종 폐열 활용을 통한 에너지이용효율 극대화 및 소비절감 효과 때문이다. 여기에 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개선과 분산전원 편익 등 외부경제효과가 아주 크다. 반면 집단에너지시스템이 갖는 취약점은 공급자에서 최종 소비자에게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손실이 타 에너지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사용자설비 노후화로 인해 에너지 손실률이 관리범위를 벗어날 경우 집단에너지를 확대해야 할 존재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사용자설비에 대한 제대로 된 유지·보수와 함께 노후설비 교체를 통해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기계실을 점검하는 모습.

현재 열량계를 포함한 사용설비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유지관리를 하도록 산업부 고시 및 공동주택관리준칙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미약(계량기에 대한 공용설비 규정 및 장기수선충담금 사용 등)하고, 관리주체 역시 경험이나 전문성이 부족해 효과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난방시설 개체를 위해 필요한 자금조달리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집단에너지업계는 하루빨리 제도개선을 통해 공동주택관리주체가 계량기를 포함한 지역난방 사용시설을 통합 관리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가능 항목에 지역난방 설비 개체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기와 기계 담당만 주로 있는 관리사무소 직원을 에너지 및 열관리 등에 대한 전문지식을 보유한 기술인재로 채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에너지설비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서비스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 관리사무소에만 모든 책임을 떠넘겨 최종소비자와의 접점모색을 포기할 경우 여러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자의 전문성을 활용한 점검 및 진단 서비스 강화와 함께 기술지원,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뷰> 정용우 지역난방공사 고객서비스처장

“고객서비스 강화가 곧 집단에너지 경쟁력”
집단에너지 본연의 역할 위해 사업자·관리사무소 힘 합쳐야

▲ 정용우 한난 처장

“우리 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년 이상 지역난방 사용가구가 40만 세대에 달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확대가 예상됩니다. 결국 설비노후화로 인한 난방품질 저하와 열손실 등 고객 불만이 잠재돼 있는 상황인 만큼 슬기로운 대처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김경원 사장 부임 이후 지역난방 사용자설비에 대한 점검 및 진단서비스 등을 대폭 강화했다. 고객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정용우 고객서비스처장 역시 틈날 때마다 사용시설에 대한 유지관리 필요성을 강조한다. 갈수록 노후설비가 늘어나는 만큼 체계적인 사용시설 관리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난을 이를 위해 장기사용설비 에너지이용효율 향상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에 나서는 한편 시설 개체를 할 때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모델도 마련했다. 특히 진단서비스 및 노후난방배관 개체지원, 스마트미터(세대 열량계) 설치 시범사업 등을 추진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집단에너지 선도 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무리 생산이 잘되고 수송에 문제가 없더라도 최종소비자가 체감하는 분배가 잘못되면 지역난방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만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해요. 공사는 고객만족과 에너지수요관리를 위해 크게 세 가지 전략으로 고객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난은 고객서비스 확대전략으로 ▶맞춤형 서비스 강화를 통한 난방품질 제고 ▶수요관리 투자 확대 및 에너지효율 향상 ▶고객설비 기술개발을 설정했다. 집단에너지가 기후변화협약 대응 및 에너지절약을 위해 도입된 만큼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20년 이상 아파트의 경우 설비전문가가 각 세대를 직접 방문해 열교환기와 밸브류, 온도조절기 고장점검은 물론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한 난방상태 및 손실관리 등을 해주고 있다. 여기에 인체의 혈액과 같은 난방수 수질관리를 위한 무상 수질분석 및 컨설팅, 관리자에 대한 전문교육서비스 등도 펼쳐 호평을 받고 있다.

“노후 난방배관 같은 사용시설 개체는 당연히 소비자가 장기수선충당금을 통해 직접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재원이 부족할뿐더러 관리가 안되는 곳이 많아 공적역할을 수행한다는 마음으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난은 20년 이상 아파트단지에 세대당 최대 40만원(공사금액의 30%수준)의 개체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3년간 모두 16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노후배관 개체시장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과 함께 더 나아가 에너지효율 향상 및 국가 에너지절약, 기후변화협약 준수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통합난방배관, 세대용 스마트계량기, 난연 보온재, 통합제어설비 등 사용설비분야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세대용 스마트 열량계는 난방비 0원 같은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고, 모바일로 사용량 등을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최종소비자 끝단은 집단에너지사업자 재산이 아닌 주민소유 설비라는 이유로 관리가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주민들이 체계적으로 설비를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사업자가 적극 도와줌으로써 집단에너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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