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RF에서 재활용 가능한 폐목재 사용 횡행
동일한 신재생 인센티브로 기존 목재산업 타격

▲ bio-srf(가구파쇄칩)<한국목재재활용협회 제공>
▲ 유성진 한국목재재활용협회장

[이투뉴스]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나무가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제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장작이나 우드칩, 톱밥을 필터모양으로 가공한 목재펠릿, 나무에서 가스를 추출한 가스피케이션, 바이오에탄올 등이다. 우드칩의 경우 원목을 잘게 자른 목재연료칩이나 폐목재를 가공한 폐목재 고형연료(BIO-SRF)가 있다.

나무는 함수율에 따라 발열량 편차가 아주 크다. 이 때문에 구입가격 대비 발열량이 BIO-SRF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BIO-SRF는 가정·건설현장·제조사업장·개발공사현장·물류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폐목재를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품질기준에 적합한 상태로 가공한 에너지원이다.

모양별로 우드칩 형태를 띠는 비성형 BIO-SRF와 목재펠릿 형태를 띠는 성형 BIO-SRF가 있다. 발열량은 kg당 평균 3000kcal이상이다. 회분·염소·황분 및 금속성분 등을 함유하고 있다.

지난 수년 간 BIO-SRF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동서발전(동해바이오매스발전소), GS EPS(당진 바이오매스발전소), 전주페이퍼, 이건에너지, 석문에너지, 한솔홈데코, 대제에너지 등 많은 업체가 BIO-SRF를 쓰고 있다. 연간 수요만 150만톤에 달한다. 올해 43㎿ 대림에너지(평택 포승)까지 가동하면 연간 200만 톤을 웃돌 예정이다.

폐목재 BIO-SRF는 취급 시 엄격한 품질기준이 적용된다. 폐목재가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소 시 먼지도 많이 발생한다. 당연히 BIO-SRF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목재연료칩 및 목재펠릿보다 미세먼지나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철저하게 방제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언론이나 국정감사에서 바이오매스로 발생하는 대기오염 유발 문제를 지적하면, 정작 정부는 BIO-SRF를 제조하는 업체만 단속하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시장에서 국산 순수목재가 외면 받고 BIO-SRF의 수요가 급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모든 목질바이오매스에 동일한 신재생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에서 생산한 순수목재와 접착제 등 화합물이 사용된 목재제품,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들어있는 목재, 플라스틱 부착물이 혼합된 생활 폐가구 등이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순수목재를 가공한 목재연료칩은 원자재인 목재가격이 높아, BI0-SRF보다 두 배 이상 비싼 편이다. 제대로 건조하지 못했을 시 폐목재를 가공한 BIO-SRF보다 발열량도 낮다. 목재는 수분이 많아 목재펠릿으로 가공할 때 제조공정(파쇄-분쇄­건조­성형­압축)에서 절반 이상 무게가 감소하는 등 제조원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가정용 1등급 펠릿은 국제유가 추이 및 계절에 따라 수요증감폭이 큰 편이다. 대부분 펠릿공장들의 가동률이 낮은 이유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비성형BIO-SRF, 성형BIO-SRF, 목재펠릿, 목재연료칩 등은 전부 동일하게 REC가중치를 전소1.5, 혼소1.0을 적용받는다. 당연히 가장 가격이 싸고 높은 발열량이 지닌 폐목재칩(비성형 BIO-SRF)에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다.

▲  rec가중치 미적용 폐목재를 공급하는 업체<한국목재재활용협회 제공>

◆ 허술한 BIO-SRF유통관리
BIO-SRF는 유통과정에서 소위 '꼼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RPS제도 시행 후 바이오매스발전소들은 저렴한 BIO-SRF가격과 REC가중치 덕분에 전기 생산으로 고수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제지나 가구로 재활용이 가능한 폐목재까지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렇게 재활용이 가능한 폐목재는 법적으로 목재산업에 주는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REC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이러한 ‘REC가중치 미적용 폐목재’를 연료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이들이 ‘REC가중치 미적용 폐목재’를 선호하는 이유는 발전소 보일러 설비가 BIO-SRF 연소 시 발생하는 염소 등 유해성분을 감당하지 못해 잦은 고장과 설비 파손이 발생하는 반면, 양질의 목재인 ‘REC미적용 폐목재’는 유해물질이나 미세먼지가 적기 때문이다. 발열량도 뛰어나 설비효율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REC미적용 폐목재 활용은 기존 목재산업에 큰 타격을 준다. 신재생에너지업체와 달리 별다른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목재산업체는 폐목재 구입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목재재활용협회는 지난 5년간 모 발전사 등 여러 발전소가 ‘REC가중치 미적용 폐목재’를 분쇄해 BIO-SRF로 사용하는 문제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에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서류상 증빙제도만 도입했을 뿐, 납품한 BIO-SRF에 대한 사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원목과 가지목 등 미이용 목재가 집재된 모습<한국목재재활용협회 제공>

◆합리적인 목재자원 관리체계 절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연료림이나 산사태 방지용 속성수 위주로 조림을 했다. 45년이 지났지만 건축용, 건축용, 인테리어용, 원목가구용, 제지용 등 좋은 재목을 생산하지 못해 대부분 수입하는 실정이다. 국토의 63%나 되는 산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산림에서 활용치 못하는 ‘미이용 목재’, 오염물질을 사용치 않은 ‘일반목재’, 사업장과 건설현장에서 발생된 ‘폐목재’ 등으로 구분해 신재생에너지 인센티브에서 차등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성이 낮아 산림에 썩고 있는 ‘미이용 목재’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벌채작업이 증가하는 등 임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소형 바이오매스발전소가 확대되면서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동일한 REC가중치 적용으로 목재시장 교란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산림청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산림에 버려진 벌채산물 등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하기 위해 REC가중치를 2.0으로 적용한다는 풍문이 돌면서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이미 일부 대형 목재펠릿공장은 발 빠르게 원목생산자들을 만나 벌채산물을 톤당 6만7000원에 구입하겠다고 밝혀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금까지 벌채작업에서 발생된 나뭇가지 등 벌채산물은 수집 시 원가가 비싸고 수요도 부족해 방치됐다. 반면 벌채로 생산한 활엽수 원목은 펄프와 나무판 원재료로 공급가격이 톤당 6만5000원~6만7000원 수준이다.

그런데 목재펠릿업체가 벌채작업 시 발생한 나뭇가지 등 원목과 벌채산물을 동등한 가격에 구입하겠다고 나서 목재산업계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굳이 원목과 벌채산물을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요구가 있는 만큼 기존 원목 가공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결국 우리나라도 목재자원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좋은 나무는 제재목으로 가공해 건축과 구조재로 활용하고, 나무 굵기가 가늘고 곡재인 활엽수와 리기다 소나무는 펄프와 나무판 원료, 바이오매스에너지로 활용하면 된다.

가격이 비싼 수입 원목은 다시 활용하고, 품질이 낮은 가구재를 에너지연료로 사용하는 등 목재 생산·수급·재활용 측면에서 일관된 합리적인 관리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목재를 중심으로 산림을 조림하는 등 생산과 활용 측면에서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하는 시책이 마련돼야 한다.

유성진 사단법인 한국목재재활용협회장 sungjin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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