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연구회 '에너지전환 정책 효과적 수행을 위한 실천적 전략' 세미나 개최
전문가 그룹, 다양한 사업자 진입여건 마련 및 선제적 제도개선 촉구

[이투뉴스] 새 정부 첫 장기에너지계획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 확정을 앞두고 도처에서 기존 시장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학계 전력시장 전문가 그룹도 정책 선진화와 시의적절한 제도개선이 에너지전환 정책의 성패 요인이 될 것이란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산업연구회(회장 신정식) 주최로 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정책의 효과적 수행을 위한 실천적 전략' 세미나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계획이나 시장기능 어느 하나만으로는 에너지전환 달성이 불가능하므로 엄격한 역할분담과 기능제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현행 정부계획 거버넌스로는 에너지전환 계획 일관성 유지가 어려우며 전력시장 역시 수직독점체제와 경쟁시장체제를 넘어서는 새 패러다임으로 진화가 불가피하다. 에너지전환은 새 전력설비 구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계획 선진화와 시장제도 개혁을 필수적으로 수반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그는 정부와 시장이 우선순위를 두고 단계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전력믹스 구조와 규제 및 세제를 손질한 뒤 시장기능을 활용해 산업·시장 구조개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해야한다는 것. 

핵심 과제로는 ▶재생에너지 3020계획의 전략과 수단 차별화 및 실현 가능성을 제고 ▶재생에너지 원가하락과 효율적 산업생태계 조성을 고려한 급전원칙 구체화 ▶원전·석탄·가스간 공정과세와 가스도입 규제 유연화 ▶시장기반형 수요관리를 위한 소매요금 제도개선과 에너지시장·용량시장·보조서비스시장 개혁 ▶다양한 사업자의 진입과 공정경쟁을 위한 전력망 중립성 제고 등을 꼽았다. 

공기업 독점영역인 소매전력시장을 개방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전력산업 전체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길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전력거래소 출신 정도영 동신대 에너지융합대학 교수는 '에너지전환정책 시대의 전력시장 역할'이란 주제발표에서 시장 순기능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도 소매시장을 개방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했다. 경쟁과 시장기능의 개편이 전체 전력산업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이라며 "설비소유 기준으로 나뉜 현행 전기사업 분류를 거래기준으로 재분류해 에너지신산업이나 프로슈머 등 새 사업이 발굴되고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원전·석탄화력 용량감소를 LNG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및 수요관리를 통해 감당해야 하므로 전력시장이 이같은 역할변화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시장형태와 기능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교수가 꼽은 시장 개선과제는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SMP하락과 신규 설비투자 위험신호 증가 해소, 하루전 입찰시장가격과 실시간 가격차 해소, 온실가스 추가배출 불가피에 따른 기준배출량(BAU) 재산정 및 대안수립, 시장참여자 자율권 확대를 통한 자율적 위험관리 수단 제공 등이다. 

기존 시장제도를 크게 손질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선 다른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었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신중린 건국대 전 교수가 진행을 맡은 토론에서 "그린프라이싱(Green Pricing)처럼 전통적 전원과 재생에너지 전원의 유통경로가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전기를 모아 판매하는 중개사업자 역할이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되려면 창의적이고 강한 시장동기를 지닌 민간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현행 전력시장이 재생에너지원 도입 이전 설계돼 신재생 비중이 커지면 그에 걸맞게 제도도 수정돼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는 전력시장이 발전한 유럽과 미국 등에서 이미 거론되는 문제다. 우리나라도 당장 양수발전 등 ESS에 대한 운전예비력 뿐만 아니라 속응성(Quick start) 예비력시장을 마련하고 수요자원을 예비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매락에서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용량 발전설비가 신규 건설을 선점하는 현행 전력수급계획을 연료별 전원구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원은 가스이므로 교차보조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이 된 발전용가스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가스발전소 수익성 개선을 위한 용량요금(CP) 인상 등을 포함한 전반적 전력거래방식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사에 부과된 RPS의무를 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지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부연했다.

허돈 광운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작년말 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을 확정하면서 발전부문에서 BAU대비 19.4%를 감축하겠다고 공언한 사실을 거론하며 "에너지전환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에는 상충하는 요소가 분명 존재하므로 전환부문에서의 감축수단 구체화 및 세분화를 통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과 석탄화력 감축을 목표로 하는 현행 에너지전환 정책이 불확실한 미래 리스크에 취약하므로 장기수급 안정성 확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수급계획은 5년을 넘어 10년 이상의 기간동안 장기적인 공급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제시해야 하는데, 8차 전력수급계획은 기존 계획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면서 "막연한 비과학적 낙관이나 편향성은 지양하고 불확실한 리스크를 대비해 장기계획으로서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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