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베이징 연50만대 신공장 내년 가동, 현지화 박차
귀뚜라미-1999년 텐진에 공장 설립, 한국형 온돌문화 전도사
롯데기공- 지난해 10만대 이어 중단된 보일러수출 재개 준비

[이투뉴스] 지난해 8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1년 넘게 얼어붙었던 한국과 중국 관계의 해빙무드를 반기는 분위기가 가스보일러 업계도 역력하다.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의 영향이 사그라지면서 세계 2위 규모로 커진 중국 보일러시장 공략이 빠르게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물론 당장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가 터진 만큼 이전부터 추진해온 계획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국내 가스보일러 산업은 2000년대 초반 호황기를 지나 성숙기에 들어섰다. 연간 120만~130만대에 이르는 보일러 시장은 세계 3위 규모이지만, 향후 보일러 시장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만큼 보일러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가열될 수밖에 없다.

성숙기에 들어선 시장 상황과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을 고려할 때 해법은 아직 기회요인이 많은 해외 진출이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보일러시장은 반등의 최적 무대로 평가받는다.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도 국내 가스보일러 업체에겐 호재다. 중국 정부는 심각한 대기오염 해소를 위해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이를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천연가스 공급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며, 석탄보일러를 가스보일러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도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80만대 수준이던 중국의 보일러 시장은 올해 4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파른 성장세다.

1992년 중국에 법인을 설립한 경동나비엔은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가동을 목표로 베이징에 연간 50만대 생산 규모의 신공장을 건설하며 시장공략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의 선두주자인 경동나비엔의 고효율·친환경 기술력은 이미 실적으로 검증이 이뤄졌다. 29년간 축적한 콘덴싱 기술력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콘덴싱보일러 및 온수기 시장 1위에 올라있다. 또 후발기업으로 출발한 러시아 시장에서도 리딩 컴퍼니로 위상을 다져 지난해 보일러 업계에서는 최초로 러시아 국민 브랜드로 선정된 바 있다.

경동나비엔은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에서도 시장의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조직과 인력에 있어서도 경동나비엔의 현지화 노력은 두드러진다. 중국, 미국, 러시아, 영국 등 글로벌 법인에서 일하는 직원만 300여명에 이르지만, 국내에서 파견된 주재원 비중은 5% 미만이다. 특히 10년 이상 현지에서 뿌리를 내린 중국 법인의 경우 주재원 비율이 4.1%에 불과한 수준으로, 나머지는 현지인을 채용해 보다 현지에 최적화된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서비스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 경동나비엔이 중국 가스보일러 시장의 고성장에 따른 수혜업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24.4% 늘어난 1644억원, 영업이익은 82.5% 증가한 131억원이라며 지난해 3분기부터 늘어난 판관비 증가율이 둔화됐고 매출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영업이익률이 정상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반기 매출 호조를 보였던 국내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의 매출도 급증했다며 향후 2~3년간 중국 매출이 연평균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일러 부문의 특화된 기술을 비롯해 원전용 기기, 신재생에너지 기기, 클린룸 등 기술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수출하는 귀뚜라미그룹은 글로벌 유명 보일러 회사에 열교환기, 펌프, 모터, 컨트롤 등 기술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정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1999년 중국 천진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시장 확대는 물론 한국형 온돌문화 전파에 앞장서왔다. 온돌에 가장 적합하고 온수가 풍부한 귀뚜라미만의 저탕식 보일러는 중국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귀뚜라미의 50년 온돌 기술력은 이미 검증이 이뤄졌다. ‘2017년형 귀뚜라미 온돌매트’는 지난해 중국인증을 비롯해 북미규격인증, EU통합규격, 일본 전기제품·공산품 인증 등 4개 해외인증을 획득했다.

귀뚜라미는 중국 최대 태양에너지 기업인 베이징시 태양에너지그룹과 합자법인을 설립하고, 이 그룹의 유통망을 이용해 제품을 판매한다. 베이징 합자법인 설립은 한·중 FTA 역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분야 시장 확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국에서 최고의 보일러·에너지기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펠릿보일러와 히트펌프 등 자체적인 판매 네트워크가 없는 제품은 베이징 합자법인을 통해 영업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미래 주택환경 및 에너지 관련 기기산업은 난방, 냉방, 냉동, 공조, 환기가 하나의 시스템화되는 추세다. 귀뚜라미그룹은 중국시장에서도 냉·난방 토탈그룹으로서 위상을 굳건히 다져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한령이 풀리길 가장 고대한 가스보일러 업체는 롯데기공이다. 1985년 국내 최초로 가스보일러 국산화에 성공한 선구자임에도 이후 사업이 정체된 롯데기공은 산화 30주년을 맞은 2015년 2월 글로벌 비전을 제시하며 리스타트를 선언했다.

전사적 역량 결집을 통해 중국으로 보일러 수출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 지난해 10만대 보일러 납품이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2000년부터 중국시장을 겨냥해 유통망을 꾸준히 유지해온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도약의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물량이 더 늘어난 15만대를 중국 파트너사에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사드 사태로 수출이 중단된 후 정중동(靜中動)의 모드에 들어간 상황이다.

롯데기공 측은 사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이 해외 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보이는 곳이라는 점에서 재도약을 위한 준비에 소홀함이 없다.

가스보일러 부문을 총괄하는 육명선 영업부문장은 “지난해는 한꺼번에 많은 수출 물량을 소화하다 보니 충분한 준비 보다는 물량을 맞추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오히려 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게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수출에 탄력이 더해지는 시너지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중국 특수에 대응하느라 장기적인 측면에서 원가경쟁력을 대비할 준비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스보일러 국산화 선도자로서 중국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롯데기공의 품질 및 원가경쟁력 제고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