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2017년 10월 19일, 에너지·자원 분야 공공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대회의실에는 사람이 넘쳐 났다. 국회의원과 취재진, 피감기관의 증인 및 배석자까지 발 디딜 틈이 없어 흡사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국감장이야 늘상 사람이 많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겠지만, 20년 넘게 국감을 취재한 경험으로 볼 때 이 날은 압도적으로 붐볐다.

국감장에 이처럼 많은 인원이 몰린 것은 이날 피감기관이 무려 12곳에 달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석유공사, 석탄공사, 광물공사, 지역난방공사를 필두로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에너지공단, 광해관리공단, 석유관리원, 가스기술공사, 강원랜드까지 전력분야를 제외한 모든 에너지 공공기관이 동시에 국감을 받았다. 통상 비슷한 성격의 3∼6개 기관이 같은 날 국감을 받았으나, 올해처럼 성격이 제각각인 12곳이 하루에 국감을 받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관장 앉을 좌석이 부족해 앞줄에 6개 기관 대표가 앉고, 뒷줄에 나머지 6명이 자리를 잡는 촌극이 발생했다. 국감장 뒤 증인(임원)과 배석자 역시 밀집대형이 될 수밖에 없어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배석자 외에도 혹시 나올지 모를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 각 기관에서 나온 지원인력의 자리경쟁도 치열해 산업委가 있는 5층이 아닌 4층까지 내려가야 했다. 일부기관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전날부터 밤을 샜다는 전언도 나온다.

에너지·자원 분야 국정감사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이날 감사의  질문이 강원랜드에 집중된 것도 문제였다. 인사청탁 등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체 질문의 70% 가량을 강원랜드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에너지·자원과는 거리가 먼 카지노사업을 펼치는 강원랜드가 이날 감사대상으로 포함된 것은 폐광지역 진흥을 위해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현 광해관리공단)이 설립을 주도했다는 점 빼고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

강원랜드가 의원들의 관심을 독식하다보니 나머지 피감기관장은 하루 종일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나마 20% 가량 질문이 나온 자원부문(석유공사, 광물공사)은 간간히 마이크를 잡았으나, 나머지 기관의 경우 한 두 차례 답변에 나선 것이 고작이었다. 석탄공사 등 일부는 그조차 없었다. 대다수 피감기관이 지루할 정도로 대기하는 형태로 국감이 진행되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상당수 직원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이 나서 1년에 한 번 행정부와 공공기관 등 국정 전반에 대해 감사하는 국회의 핵심기능이다. 3권 분립으로 나뉜 행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중요한 권능을 가진다. 하지만 같은 날 많은 피감기관이 몰리면서 무늬만 국감인 사진찍기용 행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희야 이럴수록 편하죠”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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