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공사금액 5504억원 부풀려 지출
설계변경 해당부서 내부전결로 검증 부실

[이투뉴스] 한국가스공사는 최저가 낙찰 이후 공사과정에서 잦은 계약 변경 등으로 공사금액을 부풀리는 가운데 일부 사업에선 불법 행위까지 이뤄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이 가스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입찰 예정가보다 15% 이상 낮게 낙찰된 46개 공사가 계약 이후 287회나 설계 등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당 평균 6.2회로, 이들 46개 공사는 최초 계약금액 3조971억원의 21%에 달하는 5504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공사 중 계약변경으로 입찰당시 예정가 보다 늘어난 15건의 경우 최초 계약금액인 7946억원의 42%에 달하는 3300억원이 증액됐다. 포항~영덕 주배관 건설 공사는 예정가격의 84%인 580억원에 낙찰됐으나 이후 11회나 계약이 변경되면서 예정가격의 135%인 932억원으로 부풀려졌다.

또 최초 계약 후 5회 이상 잦은 계약변경을 통해 100억원 이상 증액된 공사는 15건으로 최초 계약금액인 1조2242억원의 29%에 달하는 3504억원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가스공사의 삼척생산기지 부두 및 부대항만시설 공사 과정에서는 해상 공사의 감독용 선박 투입비용이 타 공사의 평균비용보다 57%나 높게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해상공사가 많이 이뤄지는 해양수산부는 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들과 달리 공사용 감독선을 별도로 임차하지 않고 현장 운영 중인 연락선을 이용해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또 계약변경 횟수가 낮아도 거액의 공사금액 증액으로 전체 공사비를 부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변경 횟수 5회 이하인 공사에서 100억원 이상 증액된 5개 사업은 평균 4회 씩 변경을 통해 최초 계약금액의 34%에 달하는 4481억원이 늘어났다. 이중 가스공사가 2010년 현대건설과 1274억원에 계약한 삼척생산기지 호안 축조 및 부지조성공사는 4년 5개월 동안 4차례 계약 변경해 최초 금액의 37.7%인 481억원이 증액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상 공사 중 발생하는 오염물질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오탁방지막 580경간을 설치하는데 21억원이 들었으나 580경간 전체가 풍랑으로 해상에 유실됐다고 거짓 보고하고 다시 16억원을 들여 재설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에너지 공기업의 공사계약 변경이 빈번하고 금액도 거액으로 부풀려 지는데는 계약 체결 후 설계변경이 해당부서 내부 전결로 쉽게 이뤄져 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유섭 의원은 “가스공사는 대부분 수백억원,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로 국민혈세를 막기 위해선 설계를 변경할 때 반드시 이사회 승인을 거치도록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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