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안전 강조하는 새정부 들어 지속가능발전 역할 강조
미세먼지·에너지·배출권거래 등 사안별로 목소리 더 커질듯


"개발·건설 들러리서 탈피, 핵심 어젠다로 부각"

[이투뉴스] “지속가능을 환경 정책의 최우선개념으로 정립, 정부의 각종 기본계획 수립 단계부터 지속가능성을 검토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습니다. 이를 위해 기능이 약화됐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상을 강화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은경 장관은 지난달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성격의 ‘핵심정책토의’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수차례 강조했다. 앞으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애둘러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그 수단으로 무조건적인 환경보호 등이 아닌 ‘지속가능발전’을 제시, 끌려가기보다 앞장서 각종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환경부는 자기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한 채 각종 개발 정책의 들러리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4대강 사업이다. 4대강이 파헤쳐져 엉망이 되는데도 환경부는 방관 내지 옹호하는 자세로 일관했다. 또 설악산 케이블카, 가습기 살균제, 미군부대 토양오염문제 등에 대해서도 환경생태적인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환경부가 개발정책의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보수정권의 특성상 개발과 성장 우선 전략을 일개 부처가 거스르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는 것이 첫 번째로 꼽힌다. 하지만 장관을 위시해 환경정책을 진두지휘한 고위층이 청와대만 바라보며 ‘영혼 없는 정책’을 펼친 것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정부 들어 환경부는 이러한 과거의 행적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도 비전 선포식을 통해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국민과 함께 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새로운 비전을 통해 환경권을 지킴과 동시에 책임을 다하는 정부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담았다. 여기에 기후·대기·에너지정책의 통합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도 천명, 향후 여러 사안에서 제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 100대 국정과제 선정부터 변화 움직임
환경 분야 위상강화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국정개혁과제에서 시동을 걸었다. 먼저 그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상을 강화, 사회·경제의 지속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특히 2030 지속가능 국가목표를 설정, 기후·대기·에너지정책의 통합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혀 지속가능발전이 에너지·환경 부문의 국가어젠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여기에 신기후체제에 대한 견실한 이행체계 구축과 친환경에너지 육성, 탈원전 전략, 지속가능 환경 조성 등도 포함시켰다. 전반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기후·대기·에너지 통합관리로 저탄소 경제구조를, 기후변화 위험도 철저하게 관리해 나간다는 목표다.

2000년 출범한 지속가능委는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으로 전환하는 등 권한이 대폭 강화됐으나,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환경부장관 소속으로 축소되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전락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속가능전문가인 김은경 환경부장관을 발탁함으로써 친환경·지속가능을 다시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기후·대기·에너지정책의 통합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은 대선당시 캠프가 공약으로 내놓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의 또 다른 구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부처를 손대는 것이 당장 힘든 만큼 정책기조에서만큼은 기후와 대기, 에너지를 통합적인 시각으로 끌고 가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이다. 결국 지속가능발전을 에너지·환경 부문의 국가어젠다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00대 국정과제 도출에서는 환경부의 역할 강화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물관리 전체를 환경부에 맡기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업무 역시 되찾아 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선 수량관리(국토부)와 수질관리(환경부)로 이원화 된 물관리를 환경부로 넘긴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4대강 개발사업에 앞장선 국토부에 대한 강한 질책의 의미와 함께 물관리를 통합, 환경에 대한 고려 없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겠다는 뜻까지 자연스럽게 표출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기획재정부로 넘어간 배출권거래제 전담부서 조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배출권 업무를 다시 환경부로 넘기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사실 배출권 업무가 기재부로 넘어가면서 경제논리가 더 많이 개입, 배출권거래제가 슬금슬금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하지만 2기 배출권 할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환경부가 배출권거래제 주무부처로 복귀함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환경가치 재정립 천명…청와대서도 힘 발휘
환경부는 김은경 장관의 주문으로 최근 ‘국민과 함께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새로운 비전과 함께 4대 목표 및 8대 전략을 설정했다. 새로운 비전설정에 나선 동기에 대해 ‘환경부답지 못했던 과거와 절연(絶緣)’이나 ‘환경정책의 근본적 전환 및 환경가치 재정립’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강력한 자아비판에 나섰다.

환경부 스스로 나서 지난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방관 내지 옹호했으며, 설악산 케이블카와 같은 지역개발 사업에 대해 환경생태적인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군부대 토양오염문제 등 민감한 환경문제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보다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고 자성했다.

▲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환경부 비전 추진 체계

외부의 쓴소리를 수용해 새로운 비전을 설정한 환경부는 4대 목표로는 지속가능한 경제·사회로 전환을 비롯해 환경정의 실현, 생명과 미래가치 보호, 국민 참여 거버넌스 강화를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경제·사회 구조를 지속가능발전이 가능하도록 근본적으로 전환, 국민생명 보호 및 환경정의가 실현되도록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환경부를 담당하는 청와대 조직은 사회수석실이다. 사회수석 아래에 기후환경을 비롯해 사회정책, 교육문화, 주거도시, 여성가족 5개 비서관을 둔 대형조직이다. 환경부 차관을 지낸 김수현 사회수석이 왕수석으로 불리는 이유 역시 4개가 넘는 정부부처를 관장하는 특성이 고려된 것이다. 특히 미세먼지 대응 총괄기관으로 석탄발전소 축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분야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단적으로 환경부는 지난달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새정부의 기후변화 및 미세먼지 대응과 에너지전환 방향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는 ‘친환경 에너지전환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출범식을 가졌다. 산업부가 ‘에너지전환 국민소통 TF’를 발족한 지 하루 만에 비슷한 역할의 자문위를 전격적으로 출범시킨 것이다. 자문위에는 김익중 동국대 교수와 김창섭 가천대 교수, 윤순진 서울대 교수, 조용성 고려대 교수 등 상대적으로 환경을 중시하는 기후·에너지 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한다.

자문위는 앞으로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각종 에너지계획의 환경성 제고방안을 비롯해 수요관리, 재생에너지 활성화 등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의견을 교환, 전체회의와 종합토론을 거쳐 친환경 에너지전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기후·대기·에너지정책의 통합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와 목표가 자문위 출범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기후라는 것을 앞세우기는 했지만 에너지 담당부처가 있는 상황에서 유관부처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이례적이다. 환경부 측은 “지속가능한 기후·대기·에너지 정책을 만들어 가기 위한 자문기구”라면서 산업부와의 대결구도를 애써 피하고 있지만, 향후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응을 바탕으로 에너지 분야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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