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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너지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468호] 2017년 09월 04일 (월) 08:01:57 이창호 chrhee@keri.re.kr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신정부 출범 이후 신규원전 취소, 석탄화력 축소, 신재생발전 확대로 방향이 잡히면서 우리사회에 에너지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개월째 탈원전에 대한 찬반과 전력수급 영향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원전 문제는 찬반 진영 간의 시각차가 너무 커서 같은 주장이 반복되는 모습이고, 전력수급 문제는 원전 이슈에 묻혀 어정쩡하게 미루어둔 상태다. 사실 이런 문제라면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가에너지시스템 안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시스템도 이를 주도할 주체도 잘 보이지 않다보니 이런저런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찬반 프레임을 통해 원전문제를 이슈화하는 쪽으로 끌고 가는 것 같고, 담당 부처나 유관기관은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신정부의 주문을 쫓아가기에 정신없는 것 같다. 결국 중립적 객관적인 전문가의 목소리보다는 한쪽으로 지나치게 편향되거나 전문성조차 애매모호한 사람들의 목소리만 크다. 

사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 중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이슈화 된 것들이며, 이중 신재생에너지, 분산전원, 온실가스 감축 등은 이미 국가정책에 여러 차례 제시된 것들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다만 계획과 제도는 만들었지만 그동안 시행이 미흡해서 가시적인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 기관 나아가 관련업계도 돌아가는 분위기에 맞추어 득실만을 따지는 정도였던 것 같다. 시대를 앞서가는 멋진 스마트사회, 에너지 신산업 등 이러저런 국책프로그램을 숨 가쁘게 쏟아 내었지만 정작 전력산업에 주는 효과는 아직까지도 미미하다. 많은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정책 목표나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력수급의 실질적인 구조는 여전히 ‘앙상 레짐’의 견고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그러진 통계와 장밋빛 환상보다는 손에 잡히는 실질적 성과와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를 위한 선결조건은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예측기능의 확보이다. 지금 우리가 정확하게 어디에 있고 정책이나 계획을 통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 중립성, 투명성,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에너지 거버넌스와 정책개발과 평가를 위한 기반시스템이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기준과 프로세스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많은 이슈가 걸러졌을 것이고 사회적 갈등비용도 유발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논리, 신념, 이해관계 등 이러저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주장이나 아이디어는 근거나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뒤집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행착오가 반복된다면 그동안 투입된 시간, 인력, 자원의 낭비는 물론 정책의 혼선이나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책개발이나 효과분석의 기초가 되는 핵심지표의 개발을 위한 방법론, 기준, 산정절차가 정립돼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정책 인프라가 구축되어있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부 산하 EIA를 비롯해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NREL, LBNL 오크리지, 알곤 등 여러 곳에서 지속적으로 관련기능을 수행하고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최근 전원간의 경제성을 따지는 균등화비용(LCOE)이니 회피비용(LACE)도 이러한 틀에서 진행되는 것들의 일부일 뿐이다. 일본, 영국, 독일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도 이러한 기능을 체계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그저 필요하면 잠시 일회성 용역에 그치거나 산하기관을 통해 단순통계만을 유지하는 정도이다. 그동안 많은 R&D 자금에 투입되었지만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와 IT에 치중되고 정작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핵심지표, 기법, 평가모델과 같은 정책인프라 개발은 등한시 해왔다. 지금이라도 우리 에너지시스템을 주먹구구식, 임기응변식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선진국 형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문기관에 해당기능을 맡겨서 지속적으로 인력과 노하우의 축적해 나가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책의 기준이 되는 데이터의 기준, 분류의 정비가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전력데이터는 몇 군데에서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일관된 기준은 없는 것 같다. 신재생발전만 보더라도 도대체 총발전량 대비 몇%를 차지하는지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폐가스발전이나 자가용의 포함 여부에 따라 무려 3% 가까이가 움직인다. 2012년 RPS 제도를 도입할 무렵만 해도 대수력을 제외한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발전은 용량으로 1GW 남짓, 발전량은 0.4% 수준이었다. 그러나 자료에 따라서는 당시의 신재생 보급률이 이미 3%를 넘어서고 있어 무려 2%p 정도 차이가 있으며 최근에는 3%p 이상으로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목표나 성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신재생뿐만 아니라 전력수급이나 전력가격, 요금 등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 냐에 따라 현상에 대한 진단과 해석, 의미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정책이나 계획의 성과도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이제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전력수급 나아가 미래 에너지시스템을 바라볼 때다. 한번 저질러지면 수십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에너지생태계를 원칙과 기준 그리고 세밀한 평가 없이 임기응변으로 끌고 가선 안 된다. 친환경, 탈 원전문제도 거창한 담론과 일방적인 주장에 힘을 쓰기보다는 본래 해야 할 ‘적지만 꼭 필요한’ 기능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한발 물러서서 천천히 집어보며 풀어나가는 것이 더 빨리 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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