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개척과 에너지안보 확립의 전략적 성과
‘자원개발+정치적 관점’의 복합적 에너지외교 필요

▲ 정책토론회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한-러 양국의 천연가스 협력방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투뉴스] 한국과 러시아 간 PNG(Pipeline Natural Gas)가 북방경제협력의 새로운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1년 양국 간 체결된 ‘남-북-러 가스관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으로 동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6일 ‘新베를린 선언’을 발표하면서 안보와 경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맥락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의 표현대로 그동안 한국 정부가 ‘Not Action Talking Only’였던 것과는 달리 新베를린 선언 이후 50여일 만에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실효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러시아 천연가스협력 정책토론회’는 이 같은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연계한 한국-러시아의 에너지 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제안과 새로운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기회가 됐다. 최근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에너지 허브로 구축해 극동지역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신동방정책의 상황 속에서 서로가 윈-윈 하는 공약수를 찾는 자리인 셈이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주관하고,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후원한 정책토론회에는 산업계, 학계, 정·관계 등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남-북-러 가스관을 통한 PNG 도입을 에너지 부문의 개별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치적·안보적·재화로 인식하고, 조선·건설·IT·플랜트 등 양국의 이해관계가 결합된 각종 사업과 연계된 통합형태의 전략적 투자협력의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태유 서울대 교수는 러시아 가스관이 북한을 경유해야 할 이유를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PNG로 인해 러시아가 직접 이해당사자가 될 경우 한반도 안정에 무게가 실리게 되며, 추가로 가스관을 일본까지 연결한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보험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사드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을 상류 소비국으로 둔 가스관을 건설할 경우 러시아 가스 공급이 중국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 우리 몫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상류 소비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LNG는 도입처와 수요처의 수시 변경이 가능하지만 파이프라인은 투자비가 막대해 사실상 수요처 변경이 불가능하다. PNG가 들어오는 것 자체로 사실상 준 산유국이 되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한-러 경제협력은 윈-윈이 보장되는 최적의 궁합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에 한국이 200년 쓸 수 있는 10조㎥의 가스와 석유, 전력 등 주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 모든 자원을 수입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주 수입품목이 자동차·ICT 통신기기·합성수지 등인데, 이 모든 품목에서 우리는 수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양국 간 파이프라인은 포괄적인 경협의 물꼬를 트는 뇌관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북한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떤 도발도 중국이나 러시아의 이해와 직결되는 사안이면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가스관 분쟁은 주변의 10개 독립국가연합과 NATO국 사이에서 가능했지만, 고립무원의 북한으로서는 가스관을 손상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통일비용도 언급했다. 통일을 대비한 북한 경제 회생과 관련 에너지 공급이 선결과제인데 북한에 지불하는 가스 통과료만큼 우리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밝히고, 우리가 이를 성사시키지 않을 경우 중국과 일본이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다가오는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방항로와 대비해 아시아-유럽 간 거리는 40%, 비용은 25% 절감된다는 점에서 세계물류를 움직이는 동력을 한-러 가스관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프로젝트 아닌 윈-윈의 산업적 결합 필요

토론자로 나선 신범식 서울대 교수와 권원순 외국어대 교수도 환경변화에 따른 한-러 천연가스 협력의 새로운 지향점과 그랜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범식 교수는 북한 문제의 여건이 개선되면 남-북-러 협력을 비롯해 한반도신경제지도가 구상하는 많은 프로젝트들이 현실화될 수 있겠지만, 지금 이런 부분을 강조하기보다는 한국과 러시아의 양자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 간 전략적 교차투자의 틀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략적 투자협력의 관점에서 대러 에너지협력도 개별 프로젝트가 아니라 양국의 이해관계가 결합된 각종 사업과 연계된 형태의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러 천연가스 협력의 목표를 단순히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가격을 낮추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자원을 확보하며, 한국의 극동 지역개발을 촉진하고 북한의 개혁·개방의 외적 환경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적극적이며 복합적인 에너지외교 전략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국가에너지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권원순 외국어대 교수도 그동안 양국 간 협력을 위한 환경조성에 큰 신뢰가 없었다며 상호 윈-윈의 산업적 결합을 요청했다.

기존의 천연가스 부문 협력과는 다른 전략적 상호투자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천연가스 협력을 위한 상류와 하류 부문의 협력, 하류부분의 E&P 협력을 위한 국내 도시가스 및 소매 부문의 러시아 투자 및 지분참여 유도, 하류부분 협력에 이은 단계별 PNG프로젝트 실행 또는 상류부분 협력을 제시했다. 북극항로와 관련해서는 LNG선과 쇄빙선 분야, 공동운항 등의 협력 확대를 비롯해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연계한 하위기술의 협력 확대가 요구됐다.

이외에 이흥복 한국가스공사 E&P사업처장은 가스 도입선 다변화, 시베리아 및 극동지역 공동개발 등 한-러 천연가스 협력의 기회에 대한 견해를 밝혔으며, 김세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연구본부장은 러시아 천연가스 상류부문의 가스전 개발을 위한 기술적 평가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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