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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정책은 어디에? 
허은녕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466호] 2017년 08월 21일 (월) 08:01:05 허은녕 heoe@snu.ac.kr
허은녕
세계에너지경제학회 
(IAEE) 부회장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독일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 중 하나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대량 보급에 필요한 비용을 추가로 부과하는데 동의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해 고용과 부를 동시에 창출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십수년간 독일의 사례를 따라가기 위한 노력이 환경단체는 물론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 독일이 진짜 앞서가는 분야는 재생에너지가 아니고 바로 에너지절약과 효율화다. 사실 독일이 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에너지절약과 효율화사업의 성공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충분한 절약과 효율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여유를 바탕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것. 독일 뿐 만이 아니라 유럽의 국가들 대부분이 이런 형태의 정책을 21세기 들어와 추진했다. 이른바 에너지절약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정책이다. 

독일정부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에너지효율화 사업은 LEEN(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이라고 할 수 있다. LEEN은 정부와 대학, 연구기관이 중견-중소기업의 에너지사용 효율화를 위해 진단과 기획 및 개선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2002년에 처음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든 이후에 현재 50여개의 네트워크가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에 힘을 얻은 독일정부는 2012년부터 기존의 사업대상이던 중견기업에 더해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하고, 2017년까지 100여개, 2020년까지 500여개의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바로 스위스로, 기존에 1인당 5천 와트씩 사용하던 전기 사용량을 기술개발을 통해 2050년에는 2천 와트로 줄이겠다는, 그러니까 60%를 절감하겠다는 ‘2,000와트 사회 건설’정책을 2002년에 발표했다. 

에너지안보 문제와 기후변화협약 대응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고심 끝에 나온 이런 유럽 국가들의 정책들은 사실 에너지자립이라는 목표에서 보면 이해가 쉽다. 즉, 유럽이 가지고 있는 자원인 북해유전과 프랑스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고, 북유럽에 풍부한 바람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OPEC 등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기술개발을 통해 에너지절약과 효율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마침 국제유가 고공행진을 했기에 아주 적기에 정책을 내어놓은 것이 되었으며, 기업과 국민들은 크게 이득을 봤다.  

독일 LEEN 사업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에너지비용을 절감하는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LEEN만의 특별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LEEN 사업의 주체가 지방별로 만들어진 유한회사, 즉 민간업체라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10~15개 기업들이 모여 하나의 회사를 만들고, 여기에 프라운호퍼 등 독일의 연구소와 지역대학들이 필요한 기술이나 정보를 지원해 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지원하는 역할에 머문다. 

두 번째는 지역단위의 에너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LEEN 사업의 대상과 주체가 지방의 기업이며, 연구소 및 대학도 해당 지방 소속이다. 그 덕분에 지역에 특화된 아이디어와 에너지절약기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또한 적용되고 있다. 즉, 독일의 LEEN은 지역기업이자 정보서비스업종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정보산업과의 융합이라는 4차산업혁명의 특성에 잘 맞고, 분산형이라는 재생에너지의 특징에도 잘 맞는다. 

한국에서도 ESCO(Energy Saving Company)사업을 1992년부터 도입하고 있으며 기획도 LEEN과 비슷하다. 그러나 해당 ESCO 업체가 대상 기업을 찾아 영업을 해야 하는 형태이며 특정 지역에 특화하지 못해 사업의 효과가 LEEN에 미치지 못한다. 기업들이 원하는 내용을 파악하고 이들의 요구를 지역적으로 해소해 주는 정보서비스업으로의 발전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5% 이상, 주요광물의 99%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이며 지난 10여 년간의 고유가시대에도 1인당 에너지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한 나라라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에너지절약과 효율화 정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함이 순서일 것이다. 게다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또한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첨단기술과 정책지원을 통해 지역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이루고, 이를 유도하는 에너지효율화 정책을 앞세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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