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집단에너지, 왜 거리로 나서야 했나
국내선 전기·가스에 끼여 제역할 못하고 축소 위기


집단에너지업계 “특혜 요구 아니다, 편익만 제대로 보상해달라”

[이투뉴스] 집단에너지업계는 최근 정부세종청사를 찾아가 집단에너지 정상화를 촉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이는 한편 ‘집단에너지 진흥 정책 건의문’을 국정자문기획위원회에 전달했다. 탈원전, 탈석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친환경 분산전원인 집단에너지를 살려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내가 하는 업종이 어려우니, 덮어놓고 살려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의 효용성은 대다수가 동의하고 공감한다. 에너지효율향상 및 에너지절약,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저감, 각종 분산전원 효과, 미활용에너지 활용 등 일석삼조(一石三鳥)를 넘어서는 편익을 제공하는 집단에너지. 하지만 그 집단에너지가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소수 선도사업자는 그나마 버틸만 하지만 후발주자들은 쫓아가기 버겁다.

집단에너지가 왜 힘든 지에 대한 해석은 꽤 다양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가장 큰 이유로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편익에 대한 미흡한 보상’과 ‘끼인 산업으로서의 한계’가 바로 그것이다. 즉 집단에너지가 제공하는 다양한 편익에 대한 보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이렇게 된 배경에는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원별 힘겨루기에서 집단에너지가 형편없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때 에너지 컨버전스(융·복합)의 총아로 여겨졌던 집단에너지(구역전기사업 포함)가 교집합을 이루는 양측의 견제와 협공으로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숨기고 싶은 민낯이다. 물론 정부정책에만 기대고, 사업현실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뛰어든 기업의 책임과 변명까지 다 수용할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온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할 차례다.

◆ 신재생 늘어날수록 더 요긴한 집단에너지
세계적인 석학들은 석탄이나 원자력 같은 전통에너지가 경제성을 점차 상실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재생에너지는 반대로 갈수록 설치비가 내려가면서 투자비가 감소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설비를 구축할 수 있게된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반대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원전이나 석탄을 줄이고, LNG발전(열병합)과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요금이 몇 배 인상될 것이란 주장이다. 국내에서의 논란이 어찌됐든, 이미 세계는 재생에너지 바람이 거세다. 우리나라 역시 새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 집단에너지+신재생 비즈니스 모델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여러 불안요소도 적잖다. 공급불안정성이 대표적이다. 햇빛이나 바람, 파도 등 자연의 힘에 의존하다보니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 생산시간과 수요시간대가 일치하지 않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보다 근원적으로 재생에너지 자원 역시 지역·여건별로 일정하지 않아 나라마다 접근가능성이 현저하게 다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백업용 에너지공급설비와 저장설비, 보다 지능적이고 통합적인 네트워크(그리드)가 필요하다.

최근 이같은 측면에서 집단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수요지 인근에 있는 열병합발전소가 비상시 재생에너지의 백업 역할이 가능한 것은 물론 융·복합 측면에서도 상호 보완·완충재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집단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곳곳에서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를 신설하고, 재생에너지를 연료 또는 에너지소스로 활용한다. 열매체를 이용해 신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에너지를 저장하는 수단으로도 활발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고효율 열병합발전과 미활용에너지를 활용하는 집단에너지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와 동일하게 지원·대접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재생에너지 그리드와 집단에너지 네트워크를 접목, 분산·독립형 에너지공급시스템을 구축하면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신재생에너지(태양광+연료전지+지열+하수열)와 집단에너지(CHP+소각장+산업폐열)를 통합·접목하기 위한 사업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 eu 각국 집단에너지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에만 지원이 집중될 뿐 집단에너지 및 이를 융·복합하는 경우에 대한 인센티브가 현저히 부족하다.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열병합발전 비중이 같이 증가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집단에너지와 재생에너지가 다르게 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고효율 CHP 및 미활용 열원을 활용한 집단에너지에게는 신재생에너지에게 주는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또는 EERC(에너지효율 인증서)를 부여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 정부 지원방안 마련, 내부 구조조정도 필수
“우리가 정부에 엄청난 특혜를 달라는 얘기가 전혀 아니다. 전력과 가스 분야 역시 우릴 견제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편익만 제대로 보상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국가와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뙤약볕에서 몇 시간 동안 ‘대통령님, 집단에너지를 살려주세요’라는 쓴 팻말을 들고 서있던 집단에너지 관계자는 이렇게 호소했다.

결국 핵심은 집단에너지 편익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어떻게 해 줄 것인가에 있다. 특혜가 아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줬으나 집단에너지가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퇴출되는 것이 마땅하다. 집단에너지업계의 일방적 주장 뿐 아니라 학계와 국책연구기관 등에서 만든 연구보고서에도 결국은 같은 내용이다. 정부가 에너지원별로 쌓아둔 칸막이를 빨리 걷어내고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집단에너지 전담부서 설립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체적으로 분산전원 편익에 대한 보상이 가장 먼저 대두된다. 땅값이 비싼 수요지 인근에 들어서는 설비특성 상 집단에너지는 사업초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포화수요는 한참이 지나서야 온다. 그럼에도 불구 집단에너지에 대한 전력부문 보상은 형편없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SMP(전력시장가격)가 낮아지면서 연료비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열제약운전을 해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러는 와중에 효율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CHP를 크게 지으면, 발전시장 우회진출이라고 비판하는 이상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열병합발전소를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분산전원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CP(용량요금) 현실화를 비롯해 흉내만 내고 있는 송전손실계수(TLF)와 지역별용량가격계수(RCF) 적용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 급전우선순위 결정에서도 환경과 송·배전, 에너지효율 편익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규모가 작은 CHP의 경우 이러한 보상책으로도 한계가 있는 만큼 열병합발전 별도계약제도 또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보조 등 발전용량별 투-트랙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100MW를 기준으로 가스공사 직공급과 도시가스사 공급 등 이원화 된 공급체계도 개선돼야 한다. 올해 말 100MW 이하 CHP에게 주던 혜택(석유수입부과금 환급)도 사라지는 만큼 시급한 상황이다. 더불어 지역냉방 확대보급을 위해선 하절기 냉방용 가스요금 인하와 함께 주택난방용 요금보다 비싼 열전용보일러 가스요금을 인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업자들은 100MW 이하 직공급 및 PLB요금 인하는 수요개발 측면에서 가스회사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업계는 ▶연계 가능한 지역은 공급구역 지정대상 5000호로 환원 ▶에특기금 융자 지원 ▶열연계 활성화 지원 등도 요구했다.

아무리 집단에너지 편익을 보상한다 해도 소규모 사업자가 난립하는 현재 사업구조로는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절대적인 사업특성상 지금처럼 코끼리와 개미가 혼재한 형태로는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발목을 잡고 있는 열요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업계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없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에 그칠 것이란 진단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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