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세 인상에 유가보조금 폐지 논란까지…울상인 화물업계

[이투뉴스] "유가보조금을 복지나 혜택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사회복지비용, 취업지원금이 과연 혜택인가? 이것들은 사회적 약자를 지켜주는 제도라고 봐야 한다. 유가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유가보조금은 화물업계 사람들의 마지막 생존수단이다" 임홍승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부장은 유가보조금이 왜 필요한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화물업계는 경유값 인상 논란과 더불어 유가보조금 폐지 이야기로 가시방석이다. 유가보조금이란 에너지 세제개편으로 경유와 LPG 가격이 인상됐을 때 사업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거둔 세금 중 일부를 환급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유가보조금 지급단가는 화물차는 리터당 345원, 택시는 리터당 197원, 버스는 리터당 380원 수준이다. 지난해에만 화물차에 1조7143억원, 택시 4733억원, 버스 3202억원, 전체 2조5077억원이 유가보조금으로 지급됐다. 

진행될 뻔한 3차 에너지 세제개편에서는 현재 100:85:50의 휘발유, 경유, LPG 가격수준을 100:90:50, 100:100:65, 100:120:70 등으로 조정하자는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경유값 인상 우려에 따른 국민 반발이 커지자 기획재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웅성웅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어쨌든 유가보조금의 요지는 정부가 경유값, LPG값을 올렸으니(올릴 경우), 이것을 생업으로 사용하는 화물‧버스‧택시 등 운수사업자에게 피해가 몰리지 않도록 일부를 지원해 주는 것. 그런데 이달 초 공청회에서는 유가보조금 폐지가 중점적으로 거론됐다. 학계는 에너지 세제개편을 돕기 위해 나온 제도가 오히려 에너지 세제개편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화물업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입장을 들어봤다. 

임홍승 부장은 먼저 화물업계의 구조적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화물업계는 화주(고객)와 차주(운전자)가 자율적으로 임금을 계약하는 자율운임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운송업이라는 것이 거리가 항상 다르고, 싣는 짐의 무게도 천차만별이기에 표준 임금을 환산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자율운임제 속에서 차주는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지난 20년동안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고, 유가보조금이야말로 업계를 지켜주는 유일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화물업계 시장이 엄청난 포화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규제완화는 시대적 화두였고, 1998년 화물업계는 '등록제'를 시행했다고 한다. 즉,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화물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임 부장은 이 때 많은 사람이 유입됐고 수요와 공급 균형이 무너져 시장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2004년 이후 다시 허가제로 바꿔, 현재는 일부 특수차를 제외하고는 화물업 신규 허가가 막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예전에 등록한 사람이 어디 간 것이 아니니 여전히 포화상태라는 게 임 부장의 설명이다.

"자율운임제로 임금은 적고, 시장 규모 대비 화물차는 엄청 많으니 우리는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보조금을 없앤다는 것은 업계 상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다" 임 부장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화물차 중에서 사업용과 자가용을 혼동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현재 국내 화물차는 약 330만대, 이 중 사업용 화물차는 10% 정도인 약 35만대다.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업용 화물차는 노란색 번호판이다. 나머지 하얀색 번호판을 단 화물차는 일반 자가용이라고 보면 된다. 버스와 택시도 당연히 노란색이다"라고 설명했다.

▲ 유가보조금은 노란색 번호판을 단 사업용 화물차에만 지급된다. 약 10%만이 사업용 화물차량이다.

이어 "사업용 화물차는 허가 규제를 받고, 운임비를 받으며 운행하는 차량이다. 자비를 포함해 매년 정기적인 교육을 받으며, 디지털운행기록계‧차로이탈경보장치‧자동긴급제동장치 등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차를 주차하는 별도의 차고지도 필요하다. 우리 사업용 화물차는 규제가 많은 만큼 유가보조금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하얀색 (번호판) 화물차는 유가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혼동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 유가보조금 15억여원이 부당하게 수령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했다. "사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리들도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개인의 문제일 뿐 전체로 확대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작은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임홍승 부장은 "여러 연구결과들이 경유차와 미세먼지와는 연관성이 적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유차 목을 죄는 건 세수인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거기서 이제는 유가보조금을 없애잔다. '제2의 담배값'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부탁했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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