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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재생에너지, 대기업·공기업만 배불린다
기득권 중심 RPS 체제 고수 양적확대만 골몰
공공부문 앞다퉈 투자계획·규제완화책 남발
  [462호] 2017년 07월 25일 (화) 07:05:51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선언으로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 등이 주력 전원(電源)을 대체할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제도와 정책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무분별한 규제완화 등을 통해 양적 확대에 치중하는 전략은 기득권에 속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표면적으론 에너지원 선택의 문제이지만, 실제는 이행주체와 수혜자를 소수 기득권에서 다수 중소기업이나 일반 국민으로 전환하는 ‘에너지민주화’의 한 과정으로 보고 방향과 속도조절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이른바 에너지정책 대전환 선언 이후 정부부처와 공기업들은 각종 신재생 확대 방안과 관련 신사업 계획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수수방관하던 관료들의 태도가 하루 아침에 달라져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불은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먼저 댕겼다.

산업부는 지난달말 열린 민관합동 회의에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부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부처가 직접 나서 대규모 부지를 조성하는 계획입지 제도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유휴·한계 농지나 간척지를 발전단지로 직접 개발해 불하하면, 주민 수용성과 부지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이에 뒤질세라 공기업들도 속속 ‘충성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우선 농어촌공사는 올해부터 충남 당진 석문호와 대호호, 전남 고흥호 등에 280MW규모 세계 최대 수상태양광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공사가 관리하는 담수호를 사업자에 부지로 제공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임대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오는 10월 민간기업의 사업제안서를 받는다.

발전공기업들도 대규모 사업개발에 혈안이다. A사는 전북 군산에서, B사는 서산에서, C사는 하동에서, D사는 부산에서, E사는 해남 등에서 각각 수십~수백MW급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이들 사업은 각종 인허가의 벽을 넘지 못해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친(親)신재생 기류와 맞물려 전향적인 규제완화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면 이를 지켜보는 관련 중소기업과 중소 발전사업자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다. 3020(2030년 신재생 20%) 목표를 내건 새 정부의 방향설정과 재생에너지 확대의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수단으로 제시된 계획입지 조성안이나 개발계획은 당장 보급률 제고나 시장확대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향후 적잖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업계는 기존 RPS제도와 REC제도의 전면적인 제도개선을 시급한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 공공부문이 갑(甲)의 지위를 누리며 중심이 되는 기존 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시장을 대폭 키워봐야 그 과실이 기득권인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더 얹혀질 뿐이란 지적이다. 이는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이나 에너지정책 철학과도 배치되는 결과다.

에너지컨설팅 기업 한 관계자는 “핵심에 대한 새 정부의 고민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부지를 늘리기에 앞서 발전차액제 일몰 후 RPS가 본래 취지대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비용효과적으로 작동되었는지, 현재 REC구매제가 비리나 부조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지금까지의 정책이 국내 산업육성에 기여한 것은 무엇인지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 부지조성이나 규제완화가 대기업이나 발전공기업을 위한 것이라면, 이는 기존 부패사슬을 대폭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되레 재생에너지 분야 중소기업 생태계를 초토화 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보급의 가장 큰 한계는 부지가 아닌 정책 입안자나 실행자들의 무소신과 무계획”이라고 일갈했다.

이런 인식에 대해선 다수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대기업 소속 한 사업개발 담당은 “지금과 같은 에너지전환은 에너지자립이 아니라 공기업 RPS실적 채우기와 소수 대기업 배불리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정부 출범 후 시장 규모는 상당히 커지겠지만 그에 따른 부가가치는 한쪽으로 편재(偏在)되고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정책 발표 이후 신재생 발전사업이 부동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미리 땅투기에 나선 이들과 분양사업을 벌이는 공사업체들만 수익을 챙긴다. 전체 밸류체인이 육성되는 것처럼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일부 발전공기업은 출자 대신 자체 EPC사업으로 전 과정에 개입해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발전사들과 금융브로커, 일부 대기업들의 아주 오래된 카르텔과 보이지 않는 커넥션은 여전히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다. RPS란 제도의 한계와 부조리를 깨뜨리지 않는 한 재생에너지산업의 선순환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이들 공기업과 대기업의 무대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임을 분명히 짚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에너지기업 CEO는 "현재의 RPS제도는 출범 초기부터 누더기에 가깝게 미봉책으로 이어져 왔고, 그런 가운데 해외기업과 견줄 정도의 진정한 국내기업을 얼마나 키웠는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제도는 핵심이자 머리다.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탈핵과 탈석탄이 재벌이나 공기업 잔칫상을 만들어 줬다는 훗날 국민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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