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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EMP 석학 "한전 시뮬레이션 헛일"
[인터뷰] 월리엄 라다스키 美 의회 EMP 위원회 위원
"원전도 전자기파에 취약…NRC에 재조사 요구"
  [461호] 2017년 07월 06일 (목) 06:32:41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을 선언한 북한은 달떠있다. 머잖아 미국 본토도 핵탄두를 장착한 ICBM 사정권 안에 들것이라고 제대로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갈수록 위태롭게 흘러가는 북핵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대화든, 압박과 제재든 일단 마음부터 단단히 다잡고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할 듯 보인다. 

전자기파(EMP, Electro magnetic Pulse) 방호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월리엄 라다스키 박사<사진>를 만난 건 북한이 ICBM을 쏘아 올리기 열흘 전쯤인 지난달 말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시간을 활용했다. 그는 현재 미국 의회 EMP위원회 위원으로 관련 법안이나 정책 자문을 맡고 있다. 

49년간 이 분야에서 400여건 이상의 논문과 보고서를 냈고,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에서 고고도전자기파(HEMP)와 IEMI(의도적전자기파) 표준제정을 총괄했다. 특히 전력망 관련 EMP분야에 조예가 깊어 몇 년전 1000쪽 분량의 관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회) 펠로(석학)이기도 하다. 그에게 국내 EMP 대응수준과 관련 연구사업의 문제점을 물어봤다.   
▲ 라다스키 美 의회 EMP 위원회 위원 (박사)

- 북핵 현실화로 EMP 방호에 대한 관심이 높다. EMP는 우리에게 어떤 위협인가

“일반인들은 소형 핵무기로는 EMP공격을 못한다고 믿고 있는데 잘못된 인식이다. 어떤 종류의 핵폭발도 HEMP 현상을 일으킨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들이 언제든 HEMP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군은 이에 대한 대응을 이미 갖추고 있으나 전력망을 포함한 민간시설 대부분은 아직 무방비 상태다. 최근 들어 전력망에 대한 방호가 활발한 정도다.”

- 냉전시대 핵실험 결과로 현재 EMP의 실제 위험수준을 가늠하는 것이 가능한가

“1962년 하와이 인근에서의 미국 핵실험과 1994년 구소련 육지 핵실험 결과를 양국이 공유했고, 그 피해 정도가 좀 더 소상히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비가 기계식이거나 아날로그 방식이었던 당시와 디지털 전자장비가 주류인 지금은 다르다. 현대 장비들은 1962년 당시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자기파 공격에 취약하다. 우리는 EMP실험을 통해 전자장비에 영향을 주는 전자기장의 세기를 측정했고, 그 결과로 장비 내성평가를 진행한다. HEMP의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이나 장비의 규격 등은 이미 IEC 표준에 상세히 기술돼 있고, 우리는 그 규격에 근거해 평가를 진행한다."

- 미국 전력망에 대한 EMP 위협 분석은 얼마나 진행되었나

"미국은 전력망에 대한 연방법이 없다. 다른 주로 넘어가는 전력망에 대해서만 연방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주마다 주정부법으로 망을 관리한다. 현재 몇몇 주에서 전력망에 대한 EMP 방호를 법제화 했고, 점차 다른 주로 확산되는 추세다. 다수 전력회사들은 주법과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변전소와 관제센터 방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는 약 150개의 전력회사가 있고, 그래서 관제센터도 150개가 있다."

- 변전소와 관제센터(Control center)를 대상으로 실제 EMP 방호공사를 수행중인가

“내가 직접 관련돼 위협성 분석을 한 변전소가 100곳 이상이며, 올해 8월까지 20개 가량 추가 분석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워싱턴 등 여러 주에 분산돼 있지만 비밀규정이 있어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 내가 직접 설계에 관여해 공사가 진행된 관제센터만 2곳이며 변전소는 다수다.”

- 한국도 한전(KEPCO) 주관으로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위협성 분석과 관련해 발주과정에 논란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이 채택됐다.

“시뮬레이션으로 측정을 대체한다는 건 정말 문제가 있는 접근이다. 이미 많은 분석이 측정으로 진행되었고 진행될 예정이며, 논문이나 IEC 표준에 측정을 통한 분석방법이 나와있기 때문에 그런 연구프로젝트는 불필요하다고 본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수치해석인데, 기존 건물의 다양한 상황, 예를 들면 외부 인입선이나 관통구, 벽 손상, 배기구 등을 정확히 모델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한마디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기존 시설 EMP 성능을 평가한다는 건 헛일이다. 나는 세계 어느 나라도 전력망의 EMP 분석을 그렇게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KEPCO 엔지니어들이 전력망 전문가이지 EMP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아마 그럴 것이다. 전력망의 EMP는 양쪽 다 전문지식이 있어야 한다. 국제 표준도 그런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다."

- EMP 분석과 방호에 한 가지(측정법) 방법만 있는 건 아니잖은가

“물론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어떤 경우는 전자장비만 부분 방호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시설을 통째로 방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에 존재하는 시설 방호는 그 시설의 현재 차폐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석해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시뮬레이션이 아닌 측정만이 가능한 이유다. 또 군사표준은 극단적 상황을 대응하기 때문에 건물 전체를 방호하도록 규정하고 그에 따른 측정법을 규정한다. 그러나 전력망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비용과 여러 상황이 군사규격을 따르기 불가능하며, 따라서 측정을 통한 방호대책 도출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이런 사안은 23개 IEC 표준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어디에도 시뮬레이션은 거론되지 않는다. 측정만이 답이다.”

- 그렇다면 한전의 접근이 잘못됐다는 뜻인가 

“나는 KEPCO가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전력망 분석을 한다는 게 사실 실망스럽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에도 다수 전문가들이 있다. 예를 들면 ○○○교수 같은 사람은 이 분야 전문가다. 이런 분석 프로젝트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행자가 전문가인지 확인하는 절차도 꼭 필요하다.”

- 한전은 내성평가를 위해 실물규모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측정한다고 한다.

“만일 장비가 어떤 케이블과도 연결이 안되어 있다면 맞는 방법이다. 혹은 변전소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큰 시뮬레이터를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변전소 내의 모든 장비는 전기, 통신, 제어선 등과 연결이 되어 있고 배치도 제각각이다. 이런 이유로 실물규모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방사성(radiated) 내성평가는 불가능하다.”

- 이번 EMP 연구용역은 향후 평가방법과 방호대책의 모델로 알고 있다.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나

“간단하다. IEC 표준에 따라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나한테가 아니라 한국 전문가에게 맡겨라. 단 지금까지 시뮬레이션으로 시설을 평가한 논문은 단 한편도 나온 적이 없다. 나도 20년 전 까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설계를 목적으로 한 것이지 실제 시설 분석을 위한 용도는 아니었다.”

- 미국 변전소와 관제센터에서 요구되는 차폐효율은 어느 수준인가

“변전소는 30~40dB을 기준으로 한다. 변전소에 있는 전자장비들은 주위 고압선들의 방전등에 의한 전자기파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따라서 변전소에 사용되는 전자기기들은 엄격한 EMC 규격에 통과한 제품들이 사용된다. 지금까지 IEC 표준에 근거한 측정 결과에 의하면 변전소 건물이 30~40dB 정도 차폐효율을 가지면, 내부 전자장비들은 EMP에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관제센터는 상대적으로 전자파에 취약한 장비들이 많으며, 따라서 최소 60dB 이상의 차폐효율이 요구된다. 최근 내가 설계에 참여한 2개 시설은 80dB로 설계되었고 IEC 규격을 따라 시공됐다.”

- IEMI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상시 감시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나

“꼭 필요하다고 본다. 여러 회사들이 개발 중에 있고 아직까지는 완벽한 성능을 구현하는 감시장치는 시장에 없다. 미국 전력회사들은 EMP 보다 IEMI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EMP 보다 발생 확률이 높고 반복적인 펄스 공격이기 때문이다. 범죄자가 IEMI로 변전소를 공격하면 대부분 무인시설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방법이 없다. 또 한번 공격에 실패한 범죄자가 원하는 피해가 발생 할 때까지 IEMI 공격장비를 개량해 반복적으로 공격 할 수도 있다. 감시장치가 있으면 설령 피해가 없더라도 공격자가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실제 수년전 무인 변전소에 총격이 가해진 적이 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변전소에 7m 높이의 벽을 쌓기 시작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IEMI 공격은 이보다 더 무섭고 치명적 결과를 만들지 않겠는가”

- 한국도 태양의 흑점폭발(지자기폭풍)이나 E3에 대한 전력망 위협 대상국인가. 한국 일부 전문가들은 전력망 길이가 짧아 안전하다는 견해다.

“틀린 생각이다. 지자기폭풍은 변압설비를 파괴시킨다. 최근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전선의 길이가 20km 정도면 충분히 영향을 받는다. 길이 짧아 영향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또한 길이보다 전선의 저항이 매우 중요한데, 요즘은 기술발전으로 전선의 저항이 작아져 지자기폭풍에 더욱 취약하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지자기폭풍과 이들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연구해 왔다. 어떤 이들은 위도가 달라 영향이 없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전자기장은 돌기 때문에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안전한 곳은 없다. NERC 보고서에 그런 내용이 있지만, 잘못된 것이다. 나는 30년간 지자기폭풍에 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많은 실측데이터를 갖고 있다. 전 세계 여러 전력회사에서 이에 대한 분석을 의뢰해 이미 대비를 했다. KEPCO에도 위험성에 대한 분석을 권고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위협이 된다는 걸 모른 척 하고 싶은 듯 하다 (웃음)”

- 전력망 못지않게 발전소도 EMP 위협에 취약하지 않은가

“실제 EMP공격이 있으면 전력망이 붕괴되고 원자력 발전소에도 전력공급이 끊기게 된다. 원자력 발전소는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이 백업 전원이 망가지면 방사능 유출이라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안전한 정지(safe shut down)를 위한 백업 발전기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30년전 샌디아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는 원전이 EMP에 안전하다고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그 당시 조사 방법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걸 떠나 당시 전자장비와 지금의 장비들은 EMP 내성에서 비교가 안된다. EMP 위원회에서 NRC(미국 원자력안전위)에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고, 이에 대한 재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아울러 원전 제어실에 있는 전자기기들도 큰 문제다. 요즘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기 때문에 전자기파공격에 더욱 취약해졌다. 핀란드의 한 원전은 새로 건설중인데, EMP 방호를 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 EMP 위원회의 입김이 점점 세지고 있다. 현재 어떤 정부부처가 EMP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인가 논의 중이고 곧 결정될 것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EMP란 = 미사일에 의해 쏘아 올려진 핵폭탄이나 EMP탄이 지상 30km 이상 고고도(高高度)에서 폭발할 때 발생하는 전자기파다. 직접적인 인명살상이나 시설물 파괴는 없지만 광범위한 지역에 m당 수십kV의 강력한 전자기파를 생성, 영향권내 전기전자기기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전자기 파장에 축적된 강한 에너지가 각종 전기전자 소자로 침투한 뒤 과전류를 일으켜 회로를 태워버린다. 반도체로 작동하는 휴대폰은 물론 컴퓨터와 IT기술이 접목된 전력망, 발전소, 통신망, 전산망, 군 레이더, 자동차 등이 EMP로 오동작을 일으키거나 작동불능 상태가 된다. 이처럼 핵폭탄에 의한 EMP를 NEMP(Nuclear EMP. 핵전자기파)라고 칭하고, 그 외 인위적인 EMP 발생장치에 의한 EMP를 NNEMP(Non-nuclear EMP. 비핵전자기파)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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